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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의 스님들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8-10-15 18:13:14
  • 수정 2018-10-15 1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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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 서경수 교수의 입적 32기를 맞아 『기상천외의 스님들』이 도서출판 효림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경수 교수가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연재했던 글들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 고승들에 대해 쓴 글들을 뽑아 연대별로 엮은 선집選集으로, 원효대사부터 혜월스님까지 11분의 고승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자는 가장 슬픈 장면에서 만인을 웃기고, 만인이 웃으며 기뻐할 때 제일 슬픈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미치광이란 칭호도 달게 받는다. 그들이 등장하는 무대의 시간과 공간은 비극도 희극도 없는 완전한 ‘허무’다. 비극도 희극도 없는 허무의 무대 위에서 연기자는 최고로 멋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 원효 · 도선 · 나옹 · 신돈 · 활해 · 허주 · 영산 · 환옹 · 경허 · 수월 · 혜월 스님 같은 이들이 그처럼 위대한 연기자 아니었을까. 죽음과 삶을 넘어선 고승들에게 비극과 희극의 구분이 있을 리 없다. 그들은 비극도 희극도 없는 완전한 허무의 무대 위에서 멋진 연기를 하며 살다가 간 것이다.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거리낌 없이 무애의 행을 펼친 원효대사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설의 대가로 추앙받게 된 까닭
중국 천하를 두루 다니며 도력을 크게 떨친 나옹선사
성승과 요승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갖춘 이면불二面佛 신돈辛旽
마음의 옷을 모두 벗은 나체도인 활해선사
욕심 많은 제자를 깨우치고자 소의 모습으로 끌려다닌 허주스님
거지와 가난한 이를 위한 자비보살 영산스님
궁녀도 강도도 같은 마음으로 대한 환옹선사
언제나 매를 자청한 대도인 경허선사
오가는 길손을 위해 마지막 삶을 다한 수월선사
무심의 대자비가 넘치는 기이한 산술법의 영원한 어린 도인 혜월선사

이 11분의 스님은 하나같이 민중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시비와 분별을 가리며 불교의 이치를 물어 오는 어리석은 수도자에게는 초상식적 언행과 벼락같은 호통으로 응수했다. 그들은 오직 대자비행의 불교에 미친 연기자였다.

서경수 저/ 김현준 역/ 효림출판/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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