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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세계사 여덟 번의 혁명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8-10-21 18: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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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음식의 세계사 여덟 번의 혁명´을 읽으면 아마 머릿속에 이런 장면이 이어질 것이다. 각종 동서양 음식을 한껏 차린 뷔페식당에서 끊임없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저자 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는 음식의 역사 전체를 개관하는 8번의 굵직한 혁명을 꼽고, 그 기준에 따라 음식에 얽힌 인류사를 소개한다.

혁명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조리’, ‘의례화’, ‘사육’, ‘농업’, ‘계층화’, ‘무역’, ‘생태교환’ 그리고 ‘산업화’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날것을 음식으로 바꾸는 마법인 ‘조리’에서 출발한 혁명은 대체로 인류사와 길을 같이한다. 조리를 통해 맛을 알게 된 인류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분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식사가 의례화하거나 비이성적, 혹은 초자연적인 것이 되면서 음식의 생산·분배·소비에서 의례와 주술이 발생한다. 목축·농업 혁명을 거치면서는 막대한 식량을 비축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계층에 따라 보유하는 식량이 달라지며, 먹는 음식 종류도 달라진다. 왕이나 부유한 이들이 배를 보내 음식을 실어 나른다. 무역이 활발해진다. ‘콜럼버스의 교환’이라 일컫는 이런 생태교환은 향신료를 비롯해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서로 교환하게 한다. 그리고 산업화를 거친 지금, 엄청난 양의 음식이 쏟아진다.

저자는 8번의 혁명을 설명하며 다양하고 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예컨대 식인종이 잔칫날 먹으려고 인간을 사육한 이야기, 아즈텍 제국 황제 식탁에 올라간 요리 가짓수가 300개에 이른다는 이야기, 그리스인이 돌고래를 먹지 않은 이유, 소나 돼지는 사육하지만 캥거루를 사육하지 않는 이유, 초콜릿을 금지하자 일어난 폭동, 식품 공장의 시초는 해군의 건빵 공장이었다는 이야기, 패스트푸드의 기원이 건강식이었다는 이야기 등이다.

각종 음식의 기원과 이동, 발전을 좇으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우리 인식도 흔들린다. 예컨대 농업이 채집이나 유목보다 수월하고 곡물에서 얻는 영양가도 높아 시작됐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고대의 농업은 사실 유목보다 더 고되고 채집하는 야생종보다 영양가가 떨어졌다.

음식이라는 갈고리 하나로 생태, 문화, 조리, 사회상을 모두 훑어내는 데에 책의 가치가 있다 하겠다. 음식에 관해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읽다 보면 8개 코스 요리를 모두 맛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다만 저자와 정말로 뷔페식당에 있다면, 저자의 수다에 식사를 마치기는 어려울 듯하다.

펠리페 페르난데스 지음/ 유나영 옮김/ 500쪽/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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