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첫 동물화장장 건립이 난항을 빚고 있다. 대법원이 “화장장 건립을 막을 수 없다”고 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5일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이르면 한 달 내에 동물화장장 건축 심의가 열릴 계획이다. 이 심의를 통해 서구청은 동물화장장 건립의 환경적 타당성, 주변과의 조화 등을 검토한다. 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심의 때 주민 의견을 듣긴 하지만 건축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반대 의견이 반영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상 2층, 연면적 1924㎡ 규모로 서구 상리동에 들어설 예정인 동물화장장은 주민 반대로 법정까지 간 사안이다. 지난해 3월 한 사업자가 서구청에 동물화장장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대했고 서구청은 신청서를 반려했다. 그러자 사업자는 같은 해 5월 서구청을 상대로 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구청은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서구청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올해 8월 16일 대법원은 “적법한 동물화장 시설을 구청이 반려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올 9월 사업자는 다시 건축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서구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심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민 500여명이 몰려와 반대 시위를 하면서 무산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애완동물의 사체는 화장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공식 등록된 전국의 동물화장장은 20곳. 해마다 60만 마리가 넘는 사체가 나오지만 지난해 화장장에서 처리한 사체는 3만여 마리다.
주민들은 동물화장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사업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으로 화장장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화장장 입지 관련 명확한 세부 기준은 없다. 개인 사업자가 건축 허가를 받은 뒤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물화장장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소송 등 갈등이 빚어진다.
석휘영 동물화장장 반대대책위원장은 “동물화장장 바로 100m 앞에 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이 화장장 분진을 마시게 된다”며 “동물화장장은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해야지 개인업자가 신청한다고 허가해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