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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따르면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즐겨온 천국과 같은 종교적 사후세계는 죽음의 공포로 인한 인간의 강박이 빚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5만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1100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지구상에 태어났고, 죽어 사라진 약 1000억 명 이상의 사람 중에서 되돌아와 천국이 있음을 알려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서 말하는 천국의 묘사는 자연지리와 인간 상상력을 짜깁기한 소망의 태피스트리일 뿐이다.
천국의 대체물인 유토피아는 어떨까. 살아가기 괴로운 이 세상 어딘가에, 즉 이 세상 바깥에 인간을 위한 완벽한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오랜 신념도 백일몽에 불과하다. 유토피아를 실제로 현실에 건설하려는 시도는 모두 비극적 파멸로 이어졌다. 방해물만 제거하면 무한정 좋은 걸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은 한없이 사악해져 무슨 짓이든 행한다. 십자군전쟁, 마녀사냥, 집단학살 등 역사는 무수한 사례로 이를 증언한다.
현대과학과 동양사상의 용어들을 적당히 버무려 영혼 불멸을 주장하는 디팩 초프라 등의 명상 신비주의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회피하는 심오한 헛소리에 속하고, 윤회전생이나 영매 등은 대부분 일종의 확증편향에 불과하다. 기만당할 이유가 없다. 과학의 힘을 이용해
‘천국의 발명’에 따르면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중 두 가지는 확실하다. 현재로서는 인간 수명의 한계는 125세 정도다. 과학의 힘으로 혹여 이 한계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최대 15년 정도일 것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하지만 저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앞날을 염려하며 공상을 거듭하기보다 좋은 삶의 추구라는 목표를 놓치지 않으면서 지금을 어떻게 잘 살아갈지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마이클 셔머 저/ 김성훈 역/ 아르테(arte)/ 468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