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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평생에 걸쳐 남긴 교향곡은 아홉 편. 모차르트의 4분의 1, 하이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베토벤이 남긴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통해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교향곡을 탄생시켰는지 추정해나갈 수 있다.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1번 교향곡의 경우 초기 착상이 담긴 스케치는 있으나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스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2번 교향곡은 작곡하기 전에 적은 스케치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8번 교향곡은 원래 교향곡이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출발했다. 특히 '신포니아'(교향곡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라고 표기한 짧은 메모들은 베토벤이 교향곡으로 구상했으나 시작 단계를 넘어서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은 스케치들이다.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가든 베토벤 마음속에는 항상 교향곡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심해지는 청력 상실, 개인 후원자의 파산과 경제적 궁핍, 조카의 후견인 문제 등 혼란스러운 삶에서도 언제든 교향곡으로 돌아가려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도 베토벤은 스케치북에 끊임없이 새로운 교향곡 악상들을 적었다. 록우드 책임자는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욕망은 연주 기회가 생겼을 때만 일어난 간헐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교향곡은 다시 돌아가야 했던 '평생의 과업'이었다"고 본다. 스케치북을 살피면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평생 베토벤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왔는지 실감할 수 있다.
루이스 록우드 저/ 장호연 역/ 바다출판사/ 372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