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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고양이 ‘망고·망원’ .. 파출소서 직원(?)으로 근무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3-10-21 19:39:05
  • 수정 2013-10-23 21: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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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 망원파출소에는 ‘애니멀 캅스(사진)’가 있다. 제복도 계급장도 없는 새끼 고양이들, ‘망고’와 ‘망원’이다. 두 마리 고양이가 ‘둥지’를 튼 뒤로 망원파출소에는 의미있는 ‘변화’가 일었다.

지난 6월 어느 날. 한 시민이 한강공원 근처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생후 한 달 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 파출소로 데려왔다. ‘망고’였다. 망고를 받아든 이재기 순경(29)은 당황했다. 배 안쪽에서 커다란 ‘혹’이 만져졌다.

동물보호소로 보내려 했던 이 순경은 생각을 바꿨다. “배 속에서 혹이 자라고 있는 고양이를 키울 시민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버려진 고양이는 보호소에서 10일 안에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이 순경은 ‘망고’를 파출소에서 기르기로 마음먹고,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망원파출소 직원 35명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망고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십시일반 주머니를 열기로 했다. 다행히 망고는 이 소식을 들은 인근 동물병원의 무료수술로 건강을 되찾았다.

10월 초 또 다른 유기 고양이가 발견됐다. ‘망원’이었다. 망고처럼 버려진 고양이를 굶어죽기 직전에 장병세 경위(56)가 데리고 왔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불러온 변화는 ‘뜻밖’이었다.

망고와 망원이가 주로 하는 일은 ‘잠자기’와 ‘할퀴기’. 의자 위에 태평하게 늘어져 자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불안한 심정으로 파출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신경안정제’ 같은 역할을 했다.

이달 중순 남편에게 맞아 파출소를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은 망고를 쓰다듬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치매 탓에 길을 잃어 파출소로 온 할머니의 마음을 달래준 것도 망원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망원파출소 경찰관들은 망고와 망원 덕분에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마음도 열었다. 평소와 다르게 ‘크게 웃는 일’도 잦아졌다.

나병남 경감(54)은 “망고와 망원이 덕분에 파출소의 딱딱한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시민들은 평온함을 느끼고 있고 직원들은 서로를 깊이있게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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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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