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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9-03-18 07:54:19
  • 수정 2019-03-18 07: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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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첩·통조림 회사 하인즈는 1955년 노인들을 위해 으깨 놓은 영양식 통조림을 개발했다. 틀니 착용자들이 거버 유아식을 구입해 먹는다는 보고서에 착안했다. 당시에도 고령 산업은 유망했고, 언론도 주목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노인식 통조림은 가게 선반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50세 이상을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MIT 에이지랩 창립자 조지프 F 코글린은 이 책에서 '노인식'의 실패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거버 이유식을 구입하면 손주 먹이려 산다고 말이라도 그럴 듯하게 둘러댈 수 있는데 노인식을 사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노인식 통조림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저는요, 늙고 가난하고 더구나 이도 성하지 않아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노인 시장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노인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노인 시장에 뛰어들기를 조심스러워 한다. 미국 컨설팅 업체들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31%만이 고령화에 대비해 시장 조사 및 판매 계획을 고려하고 있고, 고령층에 초점을 맞춰 사업 전략을 세운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뼈아픈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기존 '노인 상품'이 실패한 것은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서다. '노인은 몸이 불편하고, 궁핍하며,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노령 담론'은 노인의 고차원적 욕구를 무시한다. 그러나 2009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인구 가운데 35%만이 자신이 '늙었다'고 여긴다.

저자는 "다른 여러 사항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노인이 처한 기초 수준의 생리적 요구를 해결하겠다는 태도 때문에 형편없는 상품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하인즈의 '노인식'은 보기 싫은 곤죽 형태에 맛도 없었다.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고 눈 침침한 노인들을 배려한다며 버튼만 큼직하게 만든 독일 '효도폰' 카타리나 다스 그로스는 외면받았다. 저자는 "'효도폰'보다는 음성 인식 장치를 갖춘 최신 스마트폰이 훨씬 노인 친화적이다. 미래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둘 고령 소비자 상품은 첨단 기술"이라고 말한다.

조지프 F. 코글린 저/ 김진원 역/ 부키/ 48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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