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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의 연구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9-03-20 19:26:03
  • 수정 2019-03-20 19: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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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에서 실체는 ‘궁극적인 것’을 의미한다. ‘자아와 세계를 이루는 궁극의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물음을 따라 추구된 궁극이 바로 실체이다. 궁극에 대한 이해가 다양하기 때문에 실체에 대한 이해 또한 단일하지 않다.

궁극을 개별적인 물리적 사물로 보면 물질적 개별자인 물체가 실체이고, 궁극을 개별적 자아로 보면 개별적 영혼이 실체이다. 또한 개별자들보다 더 나아가 개별자들을 이루는 입자를 궁극으로 보면 입자가 실체이고, 입자를 있게 한 우주에너지나 신이 그 배후에 있다고 간주되면 에너지나 신이 실체이다. 에너지나 신도 넘어서서 그 배후의 빈 공간을 궁극으로 보면, 그 빈 허공이 실체가 된다.

이처럼 실체는 무엇을 궁극으로 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된다. 이 책에서는 서양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실체를 무엇으로 간주하는지, 존재의 궁극을 무엇으로 설명하는지를 밝혀보고자 한다.

이 책은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에크하르트, 데카르트, 로크, 라이프니츠, 흄, 칸트, 니체, 비트겐슈타인, 데리다까지 총 14명의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는데, 각 철학자들의 전반적인 철학 이론을 바탕으로 실체론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서양 형이상학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또한 서양 형이상학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동양의 무아론, 연기론의 관점을 배경으로 하여 서양 형이상학을 살펴봄으로써 형이상학의 문제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존재와 본질이라는 근원적 물음에 관심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동행자가 될 것이다.

한자경 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439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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