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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서 얻은 단 하나의 자유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9-04-10 18:05:30
  • 수정 2019-04-10 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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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적한 오현 스님은 일곱살 때 소머슴으로 절에 들어갔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절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전국을 떠돌던 스님은 경북 영천 한 마을에서 나병 환자 부부를 만났다.

다리 밑 움막에서 지내던 부부는 스스럼없이 스님에게 자리를 내주고 함께 겨울을 났다.

봄이 되자 부부는 "다시 절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 성불하십시오"라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스님은 부부처럼 병들고 헐벗은 이들까지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출가해 수행에 전념했다.

소설가이자 불교계 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난 스님 23명의 출가 사연과 수행담을 책에 담았다.

전투경찰 유격대에 발탁돼 1953년 지리산 공비소탕 작전에 투입된 월서 스님은 전장에서 경험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악몽에 괴로워하다 출가를 결심한다.

그 외 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아들로 6·25전쟁 내내 빨치산을 따라다니다 불법에 귀의한 원경 스님, 5대 독자로 태어났으나 단명할 운명이라는 말에 절에 보내진 만봉 스님 등 파란만장한 사연이 이어진다.

저마다 고통과 시련을 겪고 시대를 대표하는 스님이 된 이들의 '위대한 포기'가 깨달음을 전한다.

유응오 저/ 마음서재/ 29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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