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버려지는 동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요인 중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비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반려동물 진료비의 경우 동물병원별 진료비 격차가 크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등 불투명한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반려동물 소유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이슈와 논점-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향후과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문제점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반려동물보험 시장 성장세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 진료비 부담 등에 버려지는 동물 증가
입법조사처가 보험업계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연간보험료 규모는 2013년 4억원에서 2017년 10억원으로, 같은 기간 계약 건수는 1199건에서 2638건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등록동물 수 대비 가입률은 0.22%에 그치는 등 여전히 매우 미흡한 상태다.
선진국의 반려동물보험 보험사들이 상품과 판매채널, 손해사정제도 등의 차별화를 통해 반려동물보험 판매를 활성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반려동물보험은 가입률 6%로 최근 5년간 연 18%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캐나다 역시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각각 19.8%와 15.3%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반려동물보험이 발달한 유럽도 가입률이 높은 편인데, 이 중 스웨덴은 최근 10년간 꾸준한 성장으로 가입률 40%를 기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국내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게 진료비 부담이 큰 동물들의 유기를 늘린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기동물의 수는 2008년 7만7877마리에서 2012년 9만9254마리, 2017년 10만2593마리로 늘었다. 이는 반려동물 소유자들의 보험가입을 꺼리게 하는 환경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진료항목별 표준화된 정보제공 체계 전무… 동물병원마다 진료항목과 치료비 등 천차만별
우선 ‘동물병원 표준 진료체계의 부재’를 요인으로 꼽은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진료비의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항목별로 표준화된 정보제공 체계가 없어 동물병원별로 표준화되지 않은 진료항목(명칭)과 가격 등을 진료차트에 임의로 직접 입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동물병원 진료비를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거나(사전고지 부재) 진료비를 게시(공시)하는 규정이 없어 과잉진료 및 병원별 진료비편차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서울시내 동물병원 의료비 가격조사’를 보면, 동일질병에 대한 동물병원 간 진료비 편차는 2~6배에 달하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85%는 “동물병원 진료비용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변했다.
이는 해마다 반려동물 유기 사례 증가를 초래했고, 유기동물의 구조와 보호에 국가 예산이 연간 155억원가량 투입되는 등 인적·물적 비용도 늘고 있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것도 보험가입 기피 부추겨
현행 반려동물보험은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가 없다. 그래서 반려동물 소유자가 진료 후 동물병원에 지불한 진료비영수증을 다시 한 번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지급받는 불편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려동물보험사(Anicom)가 전국 6200여개 동물병원과 제휴해 보험금 지급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를 통해 허위, 과잉진료의 문제를 해소하고 고객만족도를 증가시킨 사례와 대조된다.
캐나다의 주요 반려동물보험사(Trupanion) ‘창구직불제도’를 통해 동물병원에서 보험금을 즉시 청구하고 소비자의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보험금 전액을 동물병원에 지급하고 있다.
◆등록제도 미비에 따른 정보비대칭성도 문제
2013년부터 의무화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소유자는 반려동물을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등록의무자가 ‘동물 소유자’로만 되어 있고 동물의 등록월령도 2개월이다 보니 반려동물의 판매시점과 등록기간까지 공백이 발생하는 등 등록제도상의 미비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부는 지난 3월 동물보호법 시행령을 개정, 2020년 3월21일부터 반려동물 등록시기를 거래시기와 동일하게 변경·개선토록 했다.)
또 반려동물의 등록방식으로 탈부착이나 임의훼손, 분실이 쉬운 인식표, 외장칩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진료 받은 동물이 보험에 가입된 동물(피보험 대상)인지 식별할 수 없고, 반려동물(노령견)의 나이를 속일 경우에도 확인하기 어려워지는 등 동물소유자와 보험사 간에 정보비대칭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동물병원 표준 진료체계 정비·진료비 공시 의무화 시급… 소비자들의 합리적 진료비 선택권 보장해야
입법조사처는 이처럼 보험가입을 가로막는 장벽 제거를 위해 우선 동물병원의 진료항목별 질병명(코드) 및 진료행위에 대한 표준화 등 진료체계, 진료수가 표준화를 통한 합리적 진료비 체계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비자의 진료비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사전에 고지하고, 동물병원 내에 진료비를 공시하도록 관련법상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진료비 선택을 보장하고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및 진료비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해서다.
아울러 자동차보험처럼 반려동물보험 역시, 보험사와 동물병원 간 업무제휴 및 창구직불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주문했다. 또 반려동물의 등록방식을 현재의 인식표와 외장칩 위주에서 동물보호 및 유기·유실견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내장칩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체와 특성을 간편하게 식별할 수 있는 ‘비문’ 등 생체인식정보로 변경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내장칩 삽입에 따른 안전성을 의심하는 우려도 일부 있으나 농림부와 서울시, 영국 등에서 이미 안전성을 검증한 바 있어 사용해도 무방하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