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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9-05-10 09:32:52
  • 수정 2019-05-10 09: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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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책이라는데, 책의 몇 페이지만 읽어도 별다른 설명 없이 왜 주목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책은 조류학자와 철학자가 함께 썼다. 조류학자와 철학자의 만남이라니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 짐작이 맞다. 새의 자유로움, 때로 V자 대형을 만들어 날아가는 철새를 보면서 느끼는 그 고단한 성실함, 그리고 조류학자이기에 알 수 있는 우리가 모르는 새의 여러 면모들에서 찾아낸 새의 철학. 그 새의 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이다.

두 저자가 바라본 새는 묵묵히 자기 삶을 살아가고, 앞뒤 재지 않고 사랑하며 죽음을 앞서 생각하지 않고 지금을 완벽하게 살아내는 존재다. 1억5000만 년 전, 지구 위에 등장해 살아가고 있는 새의 비밀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새가 전하는 그 비밀의 한 조각에서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사유하게 한다.

조류학자와 철학자, 두 학자가 썼지만 머리의 에너지를 많이 쓸 필요 없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읽는 것 자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사람 가득한 지하철, 어딜 가나 사람을 피할 수 없는 이 번잡한 도시 어딘가에서 읽어도 그곳을 새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숲이 되게 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필리프 J 뒤부아, 엘리즈 루소 저/ 맹슬기 역/ 다른/ 200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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