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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 된다… 반려묘 외면한 동물등록제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9-05-17 0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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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를 기르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고양이를 위한 동물복지제도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고양이가 구호를 받지 못한 것도 고양이는 개와 달리 법·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탓이다. 정부가 개 위주로만 제도를 설계하면서 고양이가 차별을 받는 셈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각종 동물복지 적용의 근거로 삼기 위해 동물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태어난 지 3개월 이상 된 ‘개’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고양이도 동물 등록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시범운영에 그치는 상황이다.

애초에 고양이는 정식등록 절차를 거칠 수 없는 탓에 지자체의 긴급 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부터 혼자 거주하는 동물의 소유자가 사망하거나 구금됐을 때 소유권 이전을 통해 동물을 긴급 구호하는 긴급보호동물 인수제도를 시행 중이다. 국가에 등록된 동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상도 자연스럽게 반려견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긴급보호동물 인수제가 반려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직 고양이가 법적 등록 대상이 아니다 보니 구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비교하면 반려묘 가정은 동물보험 가입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고양이 등록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보험사들은 반려묘 보험 출시를 기피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고양이를 데려와 보험금을 타내는 일종의 ‘보험사기’를 우려해서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반려묘를 기르며 발생하는 한 해 평균 상해치료비용은 67만5000원으로 반려견 42만5000원에 비해 20만원가량 높다. 고양이 등록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현재 상황이 반려묘 가정의 상해치료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계 등에서도 아직 고양이 등록제와 관련해 무선식별장치를 쓸지, 목걸이 형식 인식표를 쓸지 등 최소한의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제도 시행도 불투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고양이 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행동권 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생사가 위태로운 상황에 내버려두는 것은 동물을 방치하는 피학대”라며 “동물 구호 주체인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도 “고양이 등록제 시행이 어려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담당할 공무원 수가 적기 때문”이라며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맞은 관리 인력을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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