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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애호가 사이에선 '고품질 맥주'로 불리는 수도원 맥주에 얽힌 씁쓸한 뒷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종교시설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를 했다.
저자는 맥주와 성서를 '굉장히' 사랑하는 개신교 목사로 더 다양한 시각에서 수도원 맥주에 얽힌 이야기를 해준다. 신성하기만 할 것 같은 수도원 맥주는 사실 중세 유럽 그리스도교 부패와 부조리함의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맥주의 맛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수도사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희생됐다.
특히 이 책에선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한국 사회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예컨대 맥주의 필수 재료인 홉에 대한 설명에는 12세기의 그야말로 천재 수녀 힐데가르트 폰 빙겐이 등장하고, 당시(지금도 여전한) 교회의 이분법적 사고와 남녀 차별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으로 연결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대개 역사에서 지워지고 세상에서 소외된, 그러나 역사를 이뤄내고 세상을 떠받치는 이름 모를 민중이 주목하길 제안한다.
고상균 지음 / 꿈꾼문고 / 1만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