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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날들의 일기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9-07-25 07:12:40
  • 수정 2019-07-25 07: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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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친구였던 남편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

2019년 6월,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 다나베 세이코가 74세가 되던 해부터 인생 최고의 친구였던 남편과의 사별을 앞두고 기록한 일기문을 엮은 『남아 있는 날들의 일기』.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였던 남편에게 암 선고가 떨어진 해 여름부터 병원에서의 투병과 간호를 이어가던 가을과 겨울을 거쳐, 이듬해가 되어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96세의 노모를 모시는 데다 십수 년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집안의 가장으로 작가로서의 집필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과 대담, 지방 출장을 다니며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분투했던 저자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세상 돌아가는 사건에 대한 단상, 과거의 재미난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남편에게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걸고, 극한의 피로와 정신적인 혼란 속에서 한계를 느끼며 간병인에게 노모와 남편을 맡겨두고 짤막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 책에는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감, 작가로서의 커리어와 의지를 놓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성실함,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책임감,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율성에 대한 이야기가 따뜻한 시선, 유머러스한 생각들로 담겨 있다. 연륜과 경험 없이는 발현되지 않는 소소한 유머, 웃음 속에서도 애잔함이 느껴지는 저자의 일기 속에서 세상을 보는 저자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다나베 세이코 저/ 조찬희 역/ 바다출판사/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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