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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미식가들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9-08-13 20:20:02
  • 수정 2019-08-13 2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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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속의 영특한 기운만 있으면, 어디에 기대지 않아도 되네. 반 잔 술 겨우 넘기자마자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표범 가죽 보료 위에 앉아 금으로 만든 병풍에 기댄 기분이네!"

고려 말과 조선 초를 살았던 목은 이색은 소주의 별미에 대해 이렇게 예찬했다. 영조는 고추장의 맛에 흠뻑 빠져들곤 했다. 75세 때 영조가 고추장을 찬양한 대목이 '승정원일기'에 이렇게 나온다.

"송이·생복(生鰒)·아치(兒雉.어린 꿩)·고초장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

음식인문학자로서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해석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조선시대 미식가들이 남긴 '음식 글'에 주목했다. 그리고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로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는 물론 선조들이 음식을 즐기던 방법까지 일러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이색의 소주를 비롯해 김창업의 감동젓, 홍석모의 냉면, 허균의 석이병, 김려의 감성돔식해, 이옥의 겨자장, 전순의의 동치미, 이시필의 열구자탕, 영조의 고추장, 김유의 엿, 조극선의 두붓국, 이덕무의 복국, 장계향의 어만두, 빙허각 이씨의 강정, 여강 이씨 부인의 갓이다.

저자는 "맛에 대한 취향은 시대마다 다르다"면서 "한 사람의 음식 경험에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정황과 역사가 담겨 있다"고 들려준다.

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35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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