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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네트워크의 다양한 서비스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억 명이 웹사이트 콘텐츠, 검색엔진의 지식검색,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IT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들 서비스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서다. 이들은 풀타임 정규직, 파트타임 고용직이 아니라 자유계약직이나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산업현장의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긱(gig)’, 소비자 수요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가 최근 경제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2005년 오픈한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다. 아마존 계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쉽게 접속해 상품 정보와 서평의 철자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엠터크’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이 사이트에서는 일손이 필요한 ‘의뢰인’이 원하는 다양한 직무를 게시하면 노동자들이 지원해 보수를 받는다. IT 기술 이면에 또 다른 온라인 노동시장인 감춰져 있는 셈이다.
인류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인 저자들은 이러한 고용을 ‘고스트워크(ghost work)’로 정의한다. “대다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투입되는 인간 노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사실 의도적으로 감춰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에서 불분명한 고용을 강조한 용어다.
저자들은 IT 기술의 발전 속에서 노동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온디맨드 노동 인력 규모가 가장 큰 인도와 미국의 노동자들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흥미로운 사례가 많았다 .여러 온디맨드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면서 근무 시간이나 급여 수준을 맞추고 풀타임 정규직에 필요한 경력을 쌓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육아에 전념하는 생활이 지루해서, 혹은 결혼 비용이나 연금 이외의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스트워크’에 뛰어든 이들도 있었다. 더 이상 정규직에 매달리지 않는 새로운 노동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려도 생긴다. ‘고스트워크’라는 미명 아래 계약직과 임시직이 늘어나는 상황이 마냥 좋게 보이지 않아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노동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고스트워크’를 당당하게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라는 거다. 빠르게 변화하는 일자리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개인과 기업, 나아가 정책 당사자 모두에게 통찰을 선사한다.
메리 그레이·시다스 수리 저/ 388쪽/ 한스미디어/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