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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내가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할 때가 있지만, 명절날 처가나 본가에 가면 상을 치우는 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다. 왜 누구는 밥상에서 먹기만 하고, 누구는 만들고 치우는 일까지 도맡아야 할까. 수저를 드는 차례와 자리 배치까지, 먹는 행위와 밥상에는 권력관계가 숨어 있다. 이 책은 음식이 아니라 식탁을 둘러싼 사람에게 초점을 맞췄다. 예술사회학자인 저자는 밥상에 은밀하게 스며든 권력관계와 차별을 세세히 드러낸다.
집사람이 없어 일주일을 굶었다는 조선 중기의 문인 서경덕의 말처럼 전통사회에서 여성은 차리고, 남자는 먹기만 한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식탁을 같이 책임지기보다 ‘돕는 정도’에 그친다. 명절 땐 여자들만 구석에서 따로 상을 차려 먹는 집안도 여전히 있다. 식탁에서의 배제는 그 사람이 권력관계에서 약자임을 말해준다. 이들은 곧 사회에서의 약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식탁이 돌봄과 위로의 자리가 되려면 누군가를 소외·차별하는 자리여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라영 지음/ 동녘/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