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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중국소설학회 회원 19명이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음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목차부터가 전채, 주요리, 식사류, 탕, 후식, 음료, 간식 등 순으로 도식화해 중국요릿집의 메뉴판을 보는 듯하다.
양념과 함께 부드럽게 삶은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은 '당송 8대가'로 불리던 북송 시대 문인이자 관료 소식이 선물받은 돼지고기를 백성들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직접 요리법을 개발했다. '동파(東坡)'는 다름아닌 소식의 호이다.
으깬 두부와 다진 쇠고기를 매콤하게 조리한 마파두부는 150여년 전 '마파'라 불리던 사천성 성도의 식당 아주머니가 으스러진 두부와 고기 부스러기를 갖고 와 요리를 부탁한 노무자들을 위해 만든 요리다. 동파육이나 마파두부 모두 기원을 보면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인간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선에 칼집을 내 간을 하고 전분을 묻혀 튀긴 '쑹수구이'는 맛도 맛이지만 다람쥐가 웅크린 것 같은 모양이 포인트인데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미식가였던 청 건륭제가 소주의 식당에 들렀다가 옆 연못에서 노니는 잉어를 보고 요리해올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한족 풍습에 잉어는 사람이 먹을 수 없고 제사 때 신에게만 바치는 것이어서 잉어를 요리해 먹는다면 신에 대한 불경이 된다. 고민하던 요리사가 낸 묘안은 잉어를 요리해 다람쥐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책은 이처럼 교양있는 미식가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중국 음식 이야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둘러싼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민호 외 지음/ 문학동네/ 320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