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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정신과 의사이며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평생 죽음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저자(1926~2004)가 생전에 행한 4건 강연을 엮은 책이다.
성인이 될 무렵 전쟁이 끝난 유럽을 돌아다니던 중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학살 현장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이야기,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뉴욕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소통한 이야기 등 자신의 인생사도 이야기하지만, 주된 이야깃거리는 죽음과 관련된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을 지켜보며 상담해온 저자는 죽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환자와 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나아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초점을 모아 강연한다.
그가 들려준 사례 가운데 6년간 백혈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제피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단호히 거절하고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제피는 아버지에게 차고 벽에 걸려 있던 자전거를 꺼내 달라고 부탁했다. 가족들은 물론 저자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일을 걱정했지만 제피는 힘겹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온 뒤 자신감과 환희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2주 뒤 아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가족은 오랜 애도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죽음을 알기 때문에 '그에게 죽음을 알려야 하나'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그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자세뿐이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7월 너의 생일에 난 없을 거야"라고 하는 말을 들은 가족은 "그런 말 하지 마. 없기는 왜 없어"라고 반응하기 쉽지만, 그런 말은 환자와 가족의 소통을 중단시킬 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장혜경 역/ 갈매나무/ 260쪽/ 1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