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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제학
  • 김진성 기자
  • 등록 2020-03-13 18:16:39
  • 수정 2020-03-13 18: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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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는 사람들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과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쉽게 말하면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것이 인센티브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직장 등에서 평생 인센티브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회사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성과급 체계가 있고 가정에서는 자녀가 책을 읽을 때마다 용돈을 주기도 한다.

마키아벨리로부터 근대 경제학에 이르는 동안 사상가들은 제도를 설계할 때 ‘시민들은 부정직하며 자신의 이익 말고는 어떤 다른 지향도 갖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제도란 ‘개인들은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전제하에 보상과 처벌을 중심으로 고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학의 ‘이기적 인간’이란 명제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도 많다.

2006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탄 새뮤얼 보울스는 ‘보이지 않는 손’ ‘이기적 인간’이란 주류 경제학의 명제가 실제 사회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 보울스는 사람들은 보상과 벌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더라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있으며, 인간 본성의 이타심에 호소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행동을 제어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책에는 보울스가 30년 동안 동료 학자들과 연구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연구와 사례 분석을 통해 논증해낸 결과물이 담겼다. 저자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시민의 덕성과 연대를 복원”해야 하고, “약자와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갖춘 사회일수록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뮤얼 보울스 저/ 박용진·전용범·최정규 역/ 흐름출판/ 38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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