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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배하는 “내 특별하고 어둡고 가시 같은 불안”
폭발적인 서사와 눈부신 문장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 로런 그로프의 소설집 『플로리다』가 출간되었다. 한국 독자에게도 커다란 사랑을 받은 『운명과 분노』 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작가가 십이 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쓴 이 작품들은 모두 플로리다를 직접, 간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미국 북부의 다른 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로 이주해왔거나, 때로는 플로리다를 벗어나 이국적인 곳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지만 정서적으로 그곳에 계속 매여 있다.
「꽃 사냥꾼」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인 주인공은 그녀의 집 근처 모퉁이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싱크홀을 무서워한다. 비가 세차게 퍼붓는 가운데 싱크홀 가장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빗방울이 모이지 않는데, “그녀는 그것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이 그 아래 작은 균열을 통해 똑똑 흘러든다는 말이고, 물이 빠져나갈 통로가 있다는 말이며, 거기 구멍이 있다는 말, 즉 그녀의 발 바로 아래 어마어마하게 큰 구멍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월」의 주인공은 홀로 집에 남아 허리케인의 소용돌이를 겪어낸다. 집이 비틀리고 흔들리며 지붕이 서서히 벗겨지는 돌풍과 폭풍우 속에서 주인공의 곁에 있는 것은 유령들-그녀를 떠난 후 심장마비로 죽은 남편, 권총 자살을 한 대학 시절 애인,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과 동물들뿐이다. 두 어린 자매는 전기도 물도 제대로 된 음식도 없이 외딴섬에 방치되어 야생에서 생존을 이어나가고(「늑대가 된 개」), 귀가 먼 주인공은 앨리게이터와 독사와 피그미가 사는 호수 한가운데에서 노를 잃어버린 채 고립된다(「둥근 지구, 그 가상의 구석에서」).
로런 그로프 저/ 정연희 역/ 문학동네/ 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