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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박서현 기자
  • 등록 2020-05-15 07:30:17
  • 수정 2020-05-15 0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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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질병사 전문가가 인류 역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전염병을 돌아본다.

저자는 농경이 초래한 공동체 규모의 확대와 인구 이동, 지식·정보의 축적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전염병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인류 역사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해 전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한 첫 역사적 사례로 실크로드를 따라 퍼진 로마의 역병을 들 수 있다. 서기 165년 시작돼 당시 로마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희생시킨 이 전염병은 천연두로 추정된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는 해상 교역로를 통해 페스트가 확산하고 몽골제국의 확장과 함께 흑사병이 퍼져나가는 토대가 됐다.

또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유럽 이주민의 유입과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아메리카에 천연두와 매독, 황열병 등 낯선 전염병을 퍼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 이전과는 규모와 양상을 달리하는 전쟁 등이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과 같은 전염병을 대규모 확산시키는 요인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전염병의 원인을 의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분석하고 대처하는 노력도 본격화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도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한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개발되고 유럽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침략이 본격화한 데서 보듯 전염병 치료제의 개발이 반드시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된 것만도 아니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한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회의 상호 관련성을 잘 이해하고 전 지구적인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서형 저/ 살림/ 22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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