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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라는 낭만적인 제목만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는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런 낭만은 표지에 실린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위대한 학자의 사진과, 본문 1장에 나오는 작은 에피소드가 전부다. 나머지는 심오한 과학 이야기들뿐이다. 아, 과학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철학도 나오고 논리학도 나온다.
책 표지에 작게 달려 있는 ‘친절한’ 부제를 보고 눈치챘어야 한다.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한가해 보이는 제목이었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사고의 첨단’, 다르게 얘기하면 ‘생각을 극단까지 해보자’는 독려 아닌가.
지은이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 작가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수학, 과학, 그리고 철학이 함께 어우러진 글”을 쓴다. 우주, 끈이론, 시간, 무한, 숫자, 진리, 도덕, 죽음 등 다양한 소재를 어렵지 않게 다룬다. 2013년 낸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라는 묵직한 주제를 쓰기도 했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읽다보면 머리가 아플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내용이 즐비하지만, 저자가 준비해놓은 다양한 목차는 독자의 이목을 잡아끈다. ‘시간은 거대한 환영에 불과한 것일까’ ‘아름다움은 진리인가’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등 과학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심오한 질문들을 다시 던진다.
책은 제목대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과 논리학자 쿠르트 괴델(1906~1978)의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1933년 미국으로 온 아인슈타인은 고등과학연구소가 있는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그는 항상 집에서 연구소까지 유유히 걸어서 출근했는데, 프린스턴에 온 지 10년쯤 지나서 함께 걷는 친구가 생겼다. 괴델이었다. 괴델은 아인슈타인보다 27살이 어렸지만, 석학들이 모인 연구소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아인슈타인과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짐 홀트 저/ 노태복 역/ 소소의책/ 508쪽/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