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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각종 사례를 통해 ‘규제의 역설’이 지금, 한국의 문제임을 경고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이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막기 위해 증세와 대출 요건 강화 등 여러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고위 공직자에게는 1주택 외 여분의 주택을 매각하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저자는 루마니아의 실패 사례를 통해 ‘1가구 1주택’ 규제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루마니아의 자가 보유율은 96%로 미국(64%), 일본(62%), 한국(57%) 등을 훨씬 뛰어넘어 사실상 ‘1가구 1주택’을 실현했다. 그럼 루마니아 국민은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 생활을 누리고 있을까. 저자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주택 수요가 사라지면서 주택 건설과 거래도 멈췄다. 주택 산업이 붕괴하면서 신규 주택이나 임대 주택 공급도 막혔고, 이제 막 결혼한 자녀도 부모의 낡은 집에 의탁해 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적 이익 추구를 규제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은 최저임금제,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대학 강사 일자리를 대거 없앤 강사 보호법 등은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 아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펼친 규제 정책들의 실패 사례로 지적된다. 한국의 스마트폰 시대를 2년 지연시킨 모바일 플랫폼 ‘위피’, 막걸리 시장을 축소시킨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휴대전화 단말기 소비자 가격을 높인 단말기 유통법 등은 ‘시장 보호’라는 미신에 근거한 규제의 실패 사례다.
저자는 묻는다. 2019년 한 해에만 876건의 규제가 입법 예고됐고, 이를 단순 환산하면 10년에 8000여 건, 20년에 1만7000여 건에 달하는데 어째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문제가 넘쳐나고 국민의 고통은 이어지느냐고. 저자는 ‘규제의 역설’을 낳는 규제는 일반 규제와 다르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과거에 시행했다 문제가 된 전력이 있고, 그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정책 입안자가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고집’으로 밀어붙인다는 얘기다. “좋은 규제를 만들려 하지 말고 ‘규제의 역설’을 낳는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규제의 역설’을 피하기 위한 처방을 내놓는다. 첫째, 규제를 만들 때 ‘좋은 의도’가 아니라 ‘좋은 결과’를 고민하라. “개인 입장에서는 결과가 나빠도 의도가 좋은 게 중요하지만, 사회적 영역에서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돼야 한다.” 둘째, 대증요법식 처방을 지양하라. “아픈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지 않고 진통제만 먹으면 결국 더 아파질 뿐이다.” 셋째, ‘오기의 규제’를 막아라. 시도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지, 규제를 만든 사람과 집단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걸고 그 규제를 고수해선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인위적 규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불편하게 들릴 법하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정부나 기관은 의도가 아닌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성락 저/ 페이퍼로드/ 264면/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