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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치킨, 탕수육, 라면, 돈가스, 덴푸라, 프렌치프라이, 피시앤드칩스…. 사람마다 선호 순서는 좀 다를 수 있어도, 사람이라면 이 7가지 음식을 ‘싫어하기는’ 어렵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은 괜히 나왔겠나. 바삭하고, 고소하고, 촉촉한! 전 세계인의 ‘솔(soul·혼)’ 푸드, ‘튀김’에 관한 책이 나왔다. 튀김의 탄생지인 유럽도 아니고, 이를 정교하게 발전시킨 일본도 아니고, 바로 여기 ‘치맥(치킨과 맥주)’의 성지, 한국에서.
책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흥미 점수 99점을 획득하고 들어가는데, 저자의 정체(?)를 알면 더 구미가 당긴다. 저자는 국립과천과학관에 근무하는 과학자이자, 20년 전통 돈가스 전문점의 사위다. 그래서 책은 그저 튀김 애호가의 입장에서 봐도 재밌지만, 각종 튀김의 유래부터 튀김은 왜 맛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 튀김옷은 어떻게 바삭해지는지, 튀김의 기름은 정말 몸에 해로운지 같은 과학적 질문까지 총망라하기에, 교양 상식과 과학 지식을 ‘맛있게’ 먹고 싶은 누구에게든 환영받을 만하다.
튀김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 그저 ‘맛있기’ 때문에, 혹은 인간의 혀가 그 ‘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오늘날 즐기는 튀김 요리들이 저마다 역사의 한 장면,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삶을 품고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튀김은 진정한 ‘솔’ 푸드가 된다. 예컨대, 일본을 대표하는 튀김 요리 덴푸라는 16세기 나가사키(長崎)에서 활동하던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쿼터 템포라(사계재일) 기간에 만들어 먹던 야채 튀김을 모방한 것이고, 돈가스는 메이지(明治)유신 시기, 서양인과의 체격 차이에 콤플렉스를 느낀 일본인들이 육식을 장려하면서 만든 음식이다. 좀 더 서글픈 탄생 비화도 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항구를 개방하자 수많은 서양인이 몰려왔고, 그들이 젓가락이 아닌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원해 생겨난 메뉴가 탕수육이다. 프라이드 치킨은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팔려 온 아프리카 흑인에 의해 탄생했다. 낯선 땅의 대규모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당해야 했던 그들은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바삭하게 튀긴 프라이드 치킨으로 영양을 보충했다.
책이 튀김을 찬양만 하는 건 아니다. 튀김 하면 나트륨 과다섭취와 몸에 해로운 기름도 함께 떠오르는 게 사실. 저자는 튀기는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크릴아미드라는 물질이 인체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슬기롭고 건강한 튀김 생활’을 위해, 조리시간 단축, 적합한 기름의 사용 등의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임두원 저/ 부키/ 236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