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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의 동물 동영상 중 20% 가까이에 동물을 학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유튜브에서 동물을 키워드로 업로드된 영상 중 국내 수익 상위권 17개 채널과 구독 수가 높거나 최근 이슈가 된 영상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카라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 사이 진행한 ‘동물의 권리를 위한 미디어 모니터링단’ 활동을 분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카라 미디어 모니터링단은 79개 유튜브 계정의 영상 413개를 시청하고, 체크리스트에 따라 영상을 분석했다. 모니터링에서는 미디어 속 동물의 상태(출연 동물의 수, 동물의 종류, 건강상태, 위생상태 등, 콘텐츠 분석(위험성, 자극적인 제목, 기획 목적 등), 동물학대 소지, 동물권 침해 소지, 시청자 반응(댓글) 등을 확인했다.
모니터링단은 해당 영상의 20%가량인 83개의 영상을 ‘동물 학대’ 영상으로 판단했다. 동물 학대의 유형으로는 ‘비정상적인 돌봄’이 약 45%(63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영상들에는 반려동물에게 장애물이나 투명벽 피하기와 같은 행동을 계속 강요하거나 야생동물의 습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에 두거나 촬영을 목적으로 괴롭히는 영상들이 포함됐다.
또 ‘신체적·물리적 폭력’ 유형도 20%(28개)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위협을 하거나 욕설 및 고성을 지르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은 16%(23개), 동물을 산 채로 먹거나 사체를 촬영하는 등의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인 행위’는 15%(21개)로 집계됐다. 동물에게 성희롱 표현을 사용하는 영상도 6건(4%) 확인됐다.
모니터링단의 분석 결과 413개의 영상에서 총 82종 이상의 동물이 등장했다. 개(47%)와 고양이(24%) 영상의 비중이 높았고, 야생동물은 일회성으로 소개되는 영상들이 많았다. 모니터링단은 영상들 중 11%(46개)에서 동물의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24%(99개)에서는 동물이 긴장한 모습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출연진이 동물을 괴롭히는 영상도 24%에 달했다.
모니터링단은 또 413개의 영상 중 29%인 121개의 영상이 동물권을 침해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높게 나타난 유형은 ‘동물을 희화화’한 영상으로 약 31%(80개)의 비율을 차지했다. 해당 영상들에서 출연진은 재미를 위해 동물을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놓이도록 했다. 인간에게 잡혔다가 도망가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조롱하거나,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반응을 보며 놀리는 경우들도 포함됐다.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하는 영상은 약 25%(65개), ‘동물 희귀성 소비’ 약 18%(46개), ‘품종 소비 조장’ 약 17%(45개) 순으로 나타났다.
카라는 동물의 종류에 따라 동물 학대나 동물권 침해 유형이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개와 고양이 영상에서는 ‘챌린지 유형’가 주로 나타났다. 장애물 피하기, 투명벽 부딪히기, 인형 탈을 쓰고 놀라게 하기 등의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계정에 비슷한 영상이 올라왔다. 동물이 불편해하는 신호를 보여도 촬영을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야생·희귀동물 영상의 키워드는 ‘소품’, ‘희귀’, ‘판매’ 등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이 동물들을 신기해 하도록 유도하는 키워드들이었다.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여겨지는 동물들의 상황은 더 참담했다. 낙지, 문어 등을 산 채로 먹는 영상에서 출연진은 동물이 살아있음을 강조하면서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상황을 자극적으로 소비했다.
카라는 이 같은 유튜브 동물학대의 주요한 특징으로 댓글을 꼽았다. 동물학대 영상의 댓글 중에는 동물 학대에 동조하거나 더 부추기는 경우들도 발견됐다. 새로운 동물 학대 영상을 제작할 것을 부추기는 댓글들은 다음 학대 영상의 제작으로 연결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카라는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존중 가치를 훼손하는 영상들을 감시할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의 입장에서 영상을 보고 문제 제기 댓글을 달며 문화를 바꿔나가도록 하는 소비자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카라의 모니터링 활동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동물과 인간이 안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카라는 앞으로 영화 및 방송 관계자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미디어 속 동물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번 모니터링의 분석 내용은 카라 홈페이지(www.ekar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