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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증상을 호소하는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다. 여기에 장마와 폭염 등 자연재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책을 제대로 못 나간 반려견도 많아졌다.
이렇다 보니 산책 등 야외 활동이 줄어든 반려견들은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핥거나 꼬리 물기와 같은 이상행동, 식욕부진 등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반려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일종의 우울증을 뜻한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은 사람보다 활동량이 많고 산책에 대한 욕구가 큰 반려견에 활동을 제한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실내에만 있다 보면 우울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3%가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외출 자제로 인해 반려견 산책 횟수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줄어든 산책 시간만큼 반려견의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반려인들은 산책 횟수가 줄면서 반려견이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코로나19도 재확산되고 장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일주일에 4~5번은 꼭 나가던 산책을 거의 못 하게 됐다"라며 "마스크를 잘 써도 아파트 주민들 눈치도 보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이 울리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래 나가던 시간대에 산책을 못 가니 강아지가 잠만 잔다. 또 발을 계속 핥아 병원에도 데려갔지만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집에서라도 놀아주고 있지만, 예전만큼 활동적이지 못해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야외 활동이 줄어든 강아지는 우울감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반려견에게 산책은 냄새를 맡고 구경을 하며 사회성을 쌓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지 못한 반려견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동물 보호 단체 PDSA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내에만 46만5000마리의 반려견이 산책하지 않은 채 집에 갇혀 있으며, 그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또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 5시간 이상인 반려견의 수도 23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구에서 PDSA는 "산책을 하고 다른 개를 만나는 일은 반려견에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반려견의 대표적인 우울증 증상에는 △물어뜯거나 파괴적인 행동 △무기력증 △식욕부진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 산책 등에 관심 상실 △수면습관 변화 △분리불안 △체중변화 △하울링 △신체 부위를 지나치게 핥는 행위 △보호자와의 스킨십 거부 등이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코로나19 사태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반려견을 위해 '코로나블루' 예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농진청에 따르면 바깥 활동이 줄어든 반려견은 에너지 사용량 감소하며, 과체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료 급여량을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간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량은 품종과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 권장 에너지 섭취량의 80% 수준이 바람직하다.
또 베란다 등 햇볕이 잘 드는 실내 공간을 활용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자주 환기를 해 기분전환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동훈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과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활동 제약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반려견과 견주가 많다"며 "다양한 실내 활동을 통해 반려견과의 유대감을 강화한다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반려견 코로나블루 증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놀이 활동을 늘려주는 등 환경 풍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고 당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람들도 스트레스, 신체이상 등을 겪고 있다"며 "사람보다 활동량이 많고 산책에 대한 욕구가 큰 반려견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지만 계속 실내에만 머물게 하는 것은 반려견의 정서에 좋지 않다고 본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짧은 시간이라도 나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실내에서도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반려견이 냄새로 간식을 찾아내는 노즈워크(Nose work)나 물고 당기는 터그놀이 등 환경의 풍부화를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