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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란 무엇인가
  • 박서현 기자
  • 등록 2020-10-10 08:48:09
  • 수정 2020-10-10 08: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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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인 ‘Conscience: a Biography’(2015년)는 ‘양심전(傳)’에 가깝다. 유사 이래 인류가 양심을 어떻게 이해해왔으며 그 내용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약성경에는 양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책임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있었고 ‘신장(腎臟)이 찔린다’는 표현으로 회한을 의미했지만 양심 개념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선(善)을 뜻하는 ‘아가토스’는 지배계급이 하층민과 차별화하기 위한 덕성이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뜻의 ‘아이도스’도 이익을 위해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로마 제국은 영어 양심(conscience)의 어원인 라틴어 ‘conscientia’를 낳았다. ‘완전히(자기를) 아는 것’이라는 뜻처럼 행위의 결과보다 마음을 가진 주체의 균형과 자율성이 중요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양심은 사도 바울에서 출발했다. 그는 스토아철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양심에 해당하는 ‘시네이데시스’에서 이성과 관련된 부분을 끊고, 신앙의 기초로 기존의 율법 대신 양심을 끌어들였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양심을 ‘내 성서 해석의 보증’으로 내세웠다. 개신교도라면 양심을 길잡이 삼아 자기 자신의 양심으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공정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돌프 히틀러의 말이었다. 유대인 대량 말살이라는 반인류적 범죄가 독일인들에 의해 일어난 책임에서 헤겔과 칸트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전모를 파악하느라 끙끙거린 뒤에는 말미에 전체 내용을 친절하게 요약한 ‘맺는 말’이 기다린다. 이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은 전략일 듯하다.

마틴 반 크레벨드 저/ 김희상 역/ 니케북스/ 464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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