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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이소영 기자
  • 등록 2021-01-11 07:36:30
  • 수정 2021-01-11 07: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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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신년 토정비결'을 보는 우리의 풍습은 디지털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띠별 신년운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늘 자 신문에서도 '오늘의 운세'가 실려 있다. 서구 선진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외국 언론들도 별자리 운세(Horoscope) 코너를 두고 있다.

이처럼 21세기에도 사주와 점성술, 타로,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 등은 여전하다. 철석같이 믿기도 하고, 재미로 보기도 하면서 미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재담가 오후 작가의 '믿습니까? 믿습니다!'(동아시아)는 '근거가 없는 믿음'을 '미신'으로 통칭하며 인류와 함께해 온 미신의 역사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실수에는 '우연히 어쩌다 한 번'이란 의미가 있고, 사기는 '사기 치는 사람이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 때' 성립하지만, 농경을 시도한 이들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경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1천년 이상 걸렸는데 그사이 농경을 시도한 이들은 자신도 그 '사기'를 믿었기에 자신이 사기를 치는지 몰랐으며 '농경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에는 근거가 없었고 단지 '콩 심으면 콩이 난다'는 것만 알았다고 부연한다.

책에는 미신에 심취한 유명인들의 사례가 흥미롭게 소개된다. 알렉산더 대왕은 점쟁이를 불러 자신의 손금을 보게 한 뒤 '세상을 제패할 손금인가?'라고 묻는다. 점쟁이가 세상을 제패하기에는 손금이 다소 짧다고 답하자, 알렉산더 대왕은 그 자리에서 칼로 손바닥을 그어 손금을 늘린다. 태아 때 쥔 주먹에서 결정되는 손금 모양으로 운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은 최근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20세기 초 일본군이 전투기 조종사를 뽑을 때 손금이 점수에 포함됐다고 한다.

아울러 저자는 종교도 비신자에게는 미신과 큰 차이가 없다며 원리주의와 신흥종교 등을 다루고 현대 정치와 가짜뉴스도 미신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사람들은 타로나 사주가 과거는 잘 맞추는데 미래는 맞추지 못한다고 말을 하곤 하는 것은 과거는 모호한 말속에 자신의 경험을 풀어 이해할 수 있지만, 미래를 해석할 때는 기대감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히 맞힐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우리를 속이는 건, 점쟁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거라면 뭐든 믿는 존재이기 때문에'라는 고대 그리스 정치가 데모스테네스의 격언을 전한다.

이어 "기원전 4세기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도 기꺼이 속는다"고 덧붙인다.

오후/ 동아시아/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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