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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지식
  • 한지현 기자
  • 등록 2021-02-08 08:57:48
  • 수정 2021-02-08 09: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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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하는가? 오히려 진실의 개척자들은 지식 때문에 억압을 당했다.

20세기 최고 과학 고전으로 꼽히는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후 카슨은 찬사가 아닌 히스테릭하고 멍청한 학살자라는 오명과 적의로 똘똘 뭉친 산업계의 공격을 받았다. 진실의 개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숙명처럼 검열과 탄압, 그리고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유럽 과학사학자인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지식의 역사는 곧 억압의 역사라고 말한다. 즉, 가리려 할수록 더 명백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지식의 본질이고 이것이 우리 지성사를 이끌어온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원히 억누를 수 있는 지식은 없다고 단언하며 진리의 시금석이 됐던 사실들, 특히 계몽주의를 이끌었던 서구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탐구욕의 본질과 이를 강화시키는 금지, 혹은 비밀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원후 4세기경 성에 대한 지식을 원죄와 결부시켜 이후로 1000년간, 혹은 오늘날까지도 터부시되도록 만들었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의 금지부터 빅 브라더로 불리는 오늘날 정보 통제와 지식 독점 사례까지 2000년에 걸친 억압과 금지의 지성사를 완성했다.

이 책에는 저자의 말처럼 지식을 억압하고 은폐하려 했던 역사 속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들과 지식이 힘을 얻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태동, 사유, 논쟁과 고민들이 펼쳐진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저/ 이승희 역/ 408쪽/ 다산북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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