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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은 결과
  • 박서현 기자
  • 등록 2021-04-01 15:38:47
  • 수정 2021-04-01 15: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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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의 페트리 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화석화된 나무인 규화목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규화목을 방문 기념으로 잘라간다는 것이었다. 이에 국립공원 관리팀은 다음 표지판을 세웠다. “우리의 유산이 절도 행각으로 매일 파손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한 번에 작은 조각씩 가져가면서 매년 규화목 14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

표지판은 효과가 있었을까? 결과는 정반대다. 절도가 3배 증가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이에 대해 이들(관리팀)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가 한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이런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고 적었다.

의도하지에는 이처럼 의도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낸 역사적 사례가 한가득 실려 있다. 주로 좋은 의도나 정책에 따라 취한 조치나 행동이 나쁜 결과를 포함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 금주법, 창문세(Window Tax)처럼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와 여러 낯선 사례가 뒤섞여 있다.

부작용이 자주 언급된 금주법은 어떤 부수 효과를 낳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밀주업자들이 합법적으로 위스키를 처방했던 약국을 활용하는 바람에 금주법 기간에 약국이 3배 증가한 것, 역시 합법적으로 와인을 손에 넣을 수 있던 종교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유대교와 기독교 신자 가 늘어난 것도 금주법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흥미로운 건 개조한 자동차로 경주를 펼치는 스톡카레이싱의 뿌리도 금주법에 닿아있다는 점이다. 밀주업자들이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차를 개조하면서 비공식 경주가 조직됐고, 금주법 폐지 후 미국 스톡카경주협회(NASCAR)가 설립되면서 공식 경기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안도 제시한다. 첫 단추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선 단순하고 깔끔한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하고 복잡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의해 탄생한 정권들은 단기성과에 집착하거나 정책 변경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정책을 밀고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결정 시에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이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해법의 하나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충동에 저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도 있다.”

클라이브 윌스 저/ 김수민 역/ 프롬북스/ 280/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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