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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전염
  • 김진성 기자
  • 등록 2021-05-09 09:28:57
  • 수정 2021-05-09 0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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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시대는 불현듯 닥쳐오고 있다. 아직 전기차가 대세가 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불과 2~3년 전과 비교해 보면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확연하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궜을까?

<행동의 전염>을 지은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행동 전염’으로 설명할 것이다. 주변에 멋진 전기차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전기차 소유자에 대한 특정한 사회적 인식, 이를테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의 사고는 변화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성’이라는 행동 전염을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데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1989년만 해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미국인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은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했다. 그러나 2015년 미 대법원은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리고 이때 미국인의 60% 이상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난 변화를 일군 것은, ‘커밍아웃’이 점차 늘고 동성애자와 유권자들의 접점이 넓어지며 확산된 ‘공감’이었다. 딕 체니 같은 보수 정치인조차 자녀의 커밍 아웃과 동성 결혼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개적으로 말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행동 전염을 확산시킨 요인이다.

행동 전염은 긍정적 측면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흡연과 비만 등도 전염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바람직한 행동 전염을 반영한 공공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강력하고도 합법적인 공공 정책을 입안하는 데서 사회적으로 이로운 밈은 장려하고 해로운 밈은 저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로버트 H. 프랭크 저/ 김홍옥 역/ 에코리브르/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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