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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전문 조각가, 이기철
  • 한민이 기자
  • 등록 2013-12-22 14:16:53
  • 수정 2013-12-22 1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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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동물들은 예술가에게 끝없는 관심의 대상이다. 그 모습은 작가로서의 형태부터 다양한 군상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조각가 이기철(33)은 상상력에 의해 동물들의 세계를 재구성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FAT PET'시리즈에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들이 비대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무엇이 이 작가로 하여금 뚱뚱해도 귀여울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게 하였을까. 마이펫뉴스가 조각가 이기철씨를 만났다.

▲마이펫뉴스 : 뚱뚱한 동물, 느낌이 이색적이다.
▼조각가 이기철 : 풍만한 것은 아름답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부터 보테로의 '모나리자'까지, 풍만한 것은 시대를 초월한 심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Fat Pet 시리즈‘의 작은 동물들 역시 시대 불변한 그 '풍만함의 미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동의이음어로는 "뚱뚱하다"란 말이 있다. 같은 사물을 보고 느낀 표현이지만 풍만함과 뚱뚱함, 이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예컨데 "그 숙녀분은 풍만하시더군요." 와 "그 숙녀분은 뚱뚱하시던데요."의 차이인 것이다. 뚱뚱하다는 말은 외형을 비하하는 부정형이다. 이번 작업은 풍만함 보다는 뚱뚱함에 가깝다.

▲마이펫뉴스 : 왜 반려동물들이 뚱뚱해야만 했나. (반려동물 작업 동기)
▼조각가 이기철 : 주인의 그릇된 사랑으로 인해 자연적인 체형에서 벗어나 버린 뚱뚱한 반려동물들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해지는 타인에 대한 유.무형 폭력의 결과물들이다. 보기에 귀엽고 포근한 동물들이지만 사실 이 비대함은 우리의 이기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본래의 체형을 벗어난 그들의 인위적인 외형은 따듯한 겉모습 속의 또 다른 냉소이다. 주변의 반려인들과 반려동물들을 보면서 더러는 인간의 욕심이 반려동물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펫뉴스 : 이전부터 동물과 관련한 작품을 했는지.
▼조각가 이기철 : 처음 시작은 ‘토끼 시리즈’였다. 내용은 토끼가 최고 포식자가 되어 여우나 독수리를 잡아먹거나 쥐들의 왕이 되는 것이다. 전복적인 발상과 기괴한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그것에 비해 새롭게 시작한 ‘Fat Pet 시리즈‘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갖는다.

▲마이펫뉴스 : 작품을 시작한 동기가 궁금한데.
▼조각가 이기철 : 조소과 전공 후 미술관에서 유물복원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이 요구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개인의 삶이 타인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히게 되는 일상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특히 사회생활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사회가 필요해 의해 만든 굴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작품으로 옮기고 싶어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이펫뉴스 : 미술 분야 중 조각가로서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다.
▼조각가 이기철 : 조각은 매우 복합적인 예술이다. 상상한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 자체, 완성되어 가는 작품의 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또한 작품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여 공간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을 발휘한다. 인테리어 효과 및 공간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과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은 작품이라도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깎거나 다듬고 칠하고를 반복해야 한다. 작업량이 많은 분야라 인원 또한 여러 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체력과 인내, 여유가 필요하고 조각의 틀을 위한 공구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마이펫뉴스 : 키웠던 반려견 이야기.
▼조각가 이기철 : 양평에 작업실이 있다. 시골이나 다름 없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이곳은 유기견들이 유독 많다. 한적한 곳이라 사람들이 키우던 반려견을 버리고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업 공간에 제 발로 찾아온 강아지가 있었다. 밥을 못 먹어 마르고 불쌍해 보이는 강아지였다. 그래서 밥도 주고 돌보아 주었던 걸 계기로 같이 지내게 되었으나 1년 반쯤 지내다 다시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 잘해주면 따라가고 항상 옆에 있으려고 하는 성격, 약간의 분리불안증도 있었던 것 같다. 노견이지만 매우 예쁜 아이라 누군가 데려갔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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