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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김준동 기자
  • 등록 2021-08-19 05:39:08
  • 수정 2021-08-19 05: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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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인도에서 발견된 인간 아이, 일명 '늑대 소녀들'은 늑대처럼 네 발로 걷고, 작은 동물들을 찢어발기는 등 늑대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뼈를 씹는 동작을 반복해서인지 아래턱이 이례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윈트럽 켈로그와 루엘라 켈로그 부부는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을 동물의 세계에서 자라나게 하는 대신 동물을 인간의 세계에서 키우면 어떨까?'라는 질문과 함께 '침팬지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인간과 유전자가 98% 유사한 침팬지 한 마리를 집에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집에는 켈로그 부부의 아들이 있었다. 7개월 된 여자 침팬지 한 마리와 10개월 된 인간 남자아이가 함께 남매처럼 '양육'되기 시작했다.

침팬지와 인간 아이는 아침 6~7시에 일어나 30분간 함께 식사했고, 오후 낮잠 후에는 산책과 놀이시간을 거쳐 저녁이 되면 목욕을 한 후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팬지는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떠먹었고,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됐다. 침팬지는 인간보다 '행동'에 있어서 우위를 보였다. 문을 여는 것도, 뒷걸음질 치는 것도, 컵으로 물을 마시는 것도 인간 아이보다 나았다. 이불 속에 숨는 숨바꼭질 놀이를 가르쳐준 건 오빠 인간이 아니라 동생 침팬지였다. 침팬지는 유리창에 숨을 불어넣은 뒤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예술적 행위까지 해 부부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런 점만 제외하면 침팬지와 인간은 일반 남매와 비슷했다. 엄마가 놀아주지 못하는 저녁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뽀뽀로 우정이나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입과 코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둘은 똑같은 곳을 가리켰다. 술래잡기, 블록 쌓기, 그림책 보기 같은 인간의 놀이도 이들이 매일 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침팬지의 학습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 아들은 주의 깊게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따라 했는데, 침팬지는 몇 분 만에 흥미를 읽고, 다른 놀이에 열중했다. 언어학습도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됐다.

반면 '인간 오빠'는 여동생 침팬지를 흉내 내는 데 열중했다. 계속 어딘가 올라가려는, 기어오르는 행동을 하고, 걸음마를 배운 후에도 네발로 기기 시작했다. 침팬지 특유의 꿀꿀거리는 소리와 후음(성대를 막거나 마찰시켜 내는 소리)을 사용해 동생 침팬지와도 소통했다. 심지어 인간 아이는 침팬지처럼 부모의 어깨를 강하게 깨물기 시작했다. 친자식이 이상하게 클 것을 우려한 켈로그 부부는 1년여 동안 진행한 실험을 중단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인간 아이는 약간 서툰 침팬지 아이로 변해간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특히 더 적응력이 강하며 주위 환경에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반니)에 수록된 내용이다. 책은 20세기에 시행된 흥미로운 사회심리학 실험 내용을 다뤘다.

지그문트프로이트대 심리학과의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교수는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왜 사랑 고백이 더 쉬운지, 긍정적인 말은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억지로 시킬수록 더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는 것이 적을수록 왜 사람은 비판적으로 변하는지 등 16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조명한다.

스크린까지 옮겨진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실험처럼 유명한 실험도 있지만 이제는 많이 잊힌 유진 하틀리의 선입견에 대한 실험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저/ 문항심 역/ 반니/ 244쪽/ 1만5천원.1920년대 인도에서 발견된 인간 아이, 일명 '늑대 소녀들'은 늑대처럼 네 발로 걷고, 작은 동물들을 찢어발기는 등 늑대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뼈를 씹는 동작을 반복해서인지 아래턱이 이례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윈트럽 켈로그와 루엘라 켈로그 부부는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을 동물의 세계에서 자라나게 하는 대신 동물을 인간의 세계에서 키우면 어떨까?'라는 질문과 함께 '침팬지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인간과 유전자가 98% 유사한 침팬지 한 마리를 집에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집에는 켈로그 부부의 아들이 있었다. 7개월 된 여자 침팬지 한 마리와 10개월 된 인간 남자아이가 함께 남매처럼 '양육'되기 시작했다.

침팬지와 인간 아이는 아침 6~7시에 일어나 30분간 함께 식사했고, 오후 낮잠 후에는 산책과 놀이시간을 거쳐 저녁이 되면 목욕을 한 후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팬지는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떠먹었고,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됐다. 침팬지는 인간보다 '행동'에 있어서 우위를 보였다. 문을 여는 것도, 뒷걸음질 치는 것도, 컵으로 물을 마시는 것도 인간 아이보다 나았다. 이불 속에 숨는 숨바꼭질 놀이를 가르쳐준 건 오빠 인간이 아니라 동생 침팬지였다. 침팬지는 유리창에 숨을 불어넣은 뒤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예술적 행위까지 해 부부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런 점만 제외하면 침팬지와 인간은 일반 남매와 비슷했다. 엄마가 놀아주지 못하는 저녁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뽀뽀로 우정이나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입과 코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둘은 똑같은 곳을 가리켰다. 술래잡기, 블록 쌓기, 그림책 보기 같은 인간의 놀이도 이들이 매일 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침팬지의 학습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 아들은 주의 깊게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따라 했는데, 침팬지는 몇 분 만에 흥미를 읽고, 다른 놀이에 열중했다. 언어학습도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됐다.

반면 '인간 오빠'는 여동생 침팬지를 흉내 내는 데 열중했다. 계속 어딘가 올라가려는, 기어오르는 행동을 하고, 걸음마를 배운 후에도 네발로 기기 시작했다. 침팬지 특유의 꿀꿀거리는 소리와 후음(성대를 막거나 마찰시켜 내는 소리)을 사용해 동생 침팬지와도 소통했다. 심지어 인간 아이는 침팬지처럼 부모의 어깨를 강하게 깨물기 시작했다. 친자식이 이상하게 클 것을 우려한 켈로그 부부는 1년여 동안 진행한 실험을 중단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인간 아이는 약간 서툰 침팬지 아이로 변해간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특히 더 적응력이 강하며 주위 환경에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반니)에 수록된 내용이다. 책은 20세기에 시행된 흥미로운 사회심리학 실험 내용을 다뤘다.

지그문트프로이트대 심리학과의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교수는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왜 사랑 고백이 더 쉬운지, 긍정적인 말은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억지로 시킬수록 더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는 것이 적을수록 왜 사람은 비판적으로 변하는지 등 16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조명한다.

스크린까지 옮겨진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실험처럼 유명한 실험도 있지만 이제는 많이 잊힌 유진 하틀리의 선입견에 대한 실험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저/ 문항심 역/ 반니/ 2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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