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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생명 기술(BT)과 정보 기술(IT)의 전례 없는 발전 속에서 생명은 점점 더 기계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고, 기계는 점점 더 생명의 속성을 띠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대 진화생물학자들이 생명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매우 기계적이어서 단순한 복제와 변이의 반복만으로 다양한 생명 형태를 생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21세기에는 '인간의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기계가 아닐까'라는 주제까지 등장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집어넣은 감정 인식 로봇이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며, 진지하게 로봇 장례식을 치르며 로봇의 '죽음'을 애도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혼합과 혼종의 양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인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동식물, 기계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가? 생명과 기계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철학, 예술, 과학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들뢰즈와 현대 프랑스 철학을 연구해온 이찬웅 교수는 이 책에서 이러한 현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인간과 기계, 생명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실천적인 관심을 위치시켜야 할지를 논한다.
기술적 포스트휴먼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 미셸 푸코의 논의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과타리의 기계주의를 교차시키며 이론적 논의를 수립하는 한편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질베르 시몽동, 독일의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의 이론과 한국의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업을 통해 실천적 문제를 고려해보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생명과 기계의 특성이 교차하는 지대를 탐색하고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해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찬웅 저/ 이학사/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