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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백신 접종만큼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의료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도 백신 접종은 효과적이다. 2016년 미국 의료 전문가들은 100곳의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보급에 따른 투자 수익을 계산했다. 백신을 제조·공급·운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발병·사망을 피함으로써 얻는 수익 추정값을 비교해보니,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16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와 데이터를 적절한 맥락에 대입해 분석해야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왜곡과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학자 겸 경제사학자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 명예교수는 숫자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한다. 책은 사실 기반의 데이터와 입체적 통계분석으로 인구와 식량, 에너지, 기술, 환경, 국제정세까지 연구해 온 71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특히 수년전부터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육식이 건강은 물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숫자로 답을 제시한다. 중국의 성장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는 고령화 속도에 주목하며 30년간 침체를 겪은 일본과 비교한다.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적 육류 소비를 권한다.
스밀은 미래를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전망하지 않는다. 그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실제를 판단한다. 불확실한 희망과 근거 없는 불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츨라프 스밀 저/ 강주헌 역/ 김영사/ 432쪽/ 1만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