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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랩
  • 한지현 기자
  • 등록 2021-11-01 10:53:22
  • 수정 2021-11-01 10: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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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저서 ‘국가’에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가 등장한다. 이 반지를 낀 사람은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마법의 반지다. 만약 이 반지를 소유하게 된다면?

플라톤은 여기에 두 인물을 등장시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정의란 단순히 권력을 쥔 사람 마음대로 정해지거나 사람들 각자 내세우는 사리사욕이 아니라 더 심오한 무언가라고 말한다. 그러니 투명반지를 끼고 함부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회의적인 인물 글라우콘이 등장, 기게스의 반지 얘기를 꺼낸다.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이 힘을 손에 넣고도 나쁜 짓을 전혀 하지 않거나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사람이 만에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 천하의 바보천치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게스의 반지는 사람을 바르게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사회적 비판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권력에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철학의 쓸모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철학자 조니 톰슨의 ‘필로소피 랩’은 일상에서 겪는 가치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윤리, 실존, 예술, 인간관계, 정신건강,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질문에 응답하는 130여가지 철학 개념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준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여기서 헤어나올 간단한 방법은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칸트는 도덕률에 접근하는 방법은 이성뿐이라며, 어떤 준칙을 따를 것인가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보편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남들도 다 똑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령 ‘원한다면 거짓말해도 된다’ 같은 준칙을 예로 들 경우, 누구나 이렇게 행동한다면 거짓말이 일상이고 당연한 행위가 돼 참과 거짓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거짓말은 불가능해지며, 원래의 준칙은 붕괴하고 만다. 모든 사람이 전염병 격리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격리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탁상공론이 돼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진실을 말하고 격리를 지키는 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키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붕괴하는 이런 준칙을 칸트는 인간의 ‘완전 의무’라고 했다.

조니 톰슨 저/ 최다인 역/ 윌북/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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