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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지금까지 농업박물관장으로 일한 저자가 유물 수집과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농업에 대한 단상을 정리했다.
머리말에서 "이 글의 지향점은 농(農)"이라고 선언한 저자는 농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책을 채웠다.
첫머리에는 쟁기를 수집하기 위해 농가를 찾아간 사연이 등장한다. 악취가 진동하는 재래식 화장실에 걸려 있던 쟁기는 먼지가 수북했지만, 일반적인 쟁기보다 훨씬 컸다. 저자는 웅장한 쟁기가 농기구라기보다 예술작품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쟁기 소유자는 처음에 "선친의 물건을 처분할 수 없다"고 했으나, 저자가 5년간 연락하고 집을 방문하며 친분을 쌓자 결국 기증을 결심했다. 저자는 이 쟁기를 고(故) 손재형이 일본 소장자를 공들여 설득해 구매한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와 은근슬쩍 비교한다.
이외에도 유물을 수집하러 갔다가 난생처음 개고기를 먹고, 남편을 기증하고 싶다는 관람객의 하소연을 들은 이야기 등이 실렸다. 서울에 남은 농사 흔적, 조선의 온실, 소고기의 부위별 특징 등 농업 상식도 소개했다.
저자는 "이 책은 흩어진 파편을 모으고 숨겨진 농업 이야기를 찾아 엮은 일종의 농업박물지"라며 "농업박물관장만이 할 수 있고, 농업박물관만이라도 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김재균 저/ 다락방/ 320쪽/ 1만6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