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개별 병원의 진료비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등록된 정보인 기초단체별 최저 진료비와 최고 진료비의 편차까지 커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수의사법이 개정되면서 수의사 2인 이상이 근무하는 동물병원은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 필수 표시 내용은 초진·재진 진찰료, 상담료, 입원비, 종합백신 접종비, 전혈구 검사비, 엑스선 촬영비와 판독료 등이다.
그러나 정작 이 같은 규정에도 개별 진료비를 확인할 길은 없다. 병원별 진료비가 아닌 각 기초단체별 최고·최저·중간·평균 진료비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초단체별, 기초단체 내에서도 진료비 편차가 큰 상황에서 개별 병원의 진료비를 확인할 수 없다면, 반려인구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목적을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경기도가 지난 8월 도내 359개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시·군별로 평균 진료 비용 편차는 최대 5배에 달했다. 초진 진찰료는 성남시가 1만3천786원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가장 저렴한 이천시(4천950원)에 비해 2.8배 비싼 수치다. 또 중형견 입원비(1일 기준)는 구리시가 9만9천원으로 나타나 포천시와 가평군(2만원) 대비 5배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기초단체 내에서도 나타났다. 안양시의 경우 소형견의 입양비(1일 기준)가 최저비용은 2만2천원인 데 반해 최고비용은 30만원이었다. 단순 비교해도 13.6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애완견을 기르는 김소담씨(29)는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시스템에 게시된 평균 가격을 알고 갔는데도, 당일 추가되는 약값만 5만원이었다”며 “개별 병원마다 세부 진료비를 확인할 수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동물의료업계는 개별 진료 전문성과 약품의 종류, 보유 장비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진료비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년 1월부터 1인 동물병원까지 예외 없이 진료비를 게시해야 하는 만큼 진료비 게시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시스템에 동물병원별로 필수 진료비를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만 진료비가 다른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수의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소비자도 합리적으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