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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편집부
  • 등록 2023-11-19 14:10:58
  • 수정 2023-11-19 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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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역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나라에 태어났는지, 또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가 대표적이다. 개인 성취가 운에 달려 있다지만 그 운이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않기도 하다. 그렇다면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또 부모가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운이 나쁜 누군가는 행복을 포기해야만 할까.

책은 가난과 불행의 덫에 걸린 국민 생존과 행복을 위해 경제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의사이자 경제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의과대학 졸업반 시절, 단지 못 배우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몸소 체험한 뒤 진료실을 나와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와 정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공공 정책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뿐 아니라 말라위, 에티오피아, 가나 그리고 인도, 필리핀, 부탄, 홍콩 등지를 누비며 다양한 정책을 실험하고 분석해오고 있다.

저자는 의사이자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경제 정책 효과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의사가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한 후 의학적 근거에 따라 처방·치료하는 것처럼, 당위와 직관이 아닌 실험과 데이터로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조언한다.

저자는 본인 연구를 비롯한 여러 정책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안심소득 제도’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등교 제한 조치’, 근로시간 감소 흐름과 맞물린 ‘주 4일 근무제’,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의 득과 실을 따져본다. 그 외에도 인간의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보건·교육·노동·돌봄 복지가 어떻게 설계돼야 하고 작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김현철 저/ 김영사/ 291쪽/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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