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은 귀에 물이 들어가 소리가 나는 것이고, ‘비한(肥鼾)’은 코를 고는 것이다.
한 아이가 물놀이를 하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소리가 난다. 친구들을 불러 내 귀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 들리냐고 묻지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러자 왜 내 귀에는 들리는데 듣지 못하냐고 역정을 낸다.
반대로 주막에서 여러 남정들이 잠을 자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왠 코를 그렇게 고냐고 하자 내가 무슨 코를 골았느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남들은 다 듣는 소리를 자기만 듣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은 내게만 들리고 남은 듣지 못하나, 남들은 다 듣는 코 고는 소리는 나만 듣지 못한다.
다시 말해, 남이 지적하는 내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 하면서,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역정 낸다. 서로 남은 무시하고 자신만 드러내려 하고, 남의 잘못엔 금새 칼을 꺼내 들면서 내 문제는 덮으며 다른 곳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공작관문고자서(孔雀舘文稿自序)'에 나오는 말이다.
박지원은 여기서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칭찬하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득실재인(得失在我), 훼예재인(毁譽在人))”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