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늘어도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의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평균 78만7000원을 의료비로 지출했다. 이는 지난 2021년(46만8000원)보다 31만9000원(68.2%)이 상승한 것이다. 의료비 지출 항목에서 정기 검진·장비 검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동물병원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매년 100곳이 순증했다. 폐업하는 동물병원보다 개업하는 동물병원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올 들어 6월 현재 기준으로도 51곳이 폐업했는데 138곳이 인허가를 받았다. 이달 초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동물병원은 총 5204곳으로 집계됐다.
동물병원 수 증가는 수의사 대부분이 동물병원 개원에 나서기 때문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의사 면허 보유자 중 현업에 있는 1만4123명 중 8515명(60.3%)이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서는 해마다 500명 이상이 수의사 면허를 딴다. 공기관이나 학계보다 동물병원 개원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올라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민인식 경희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공급자 경쟁이 반려동물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공급자 경쟁 심화에 따라 (과잉 진료에 의한) 진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수요자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의료시장은 의사가 전문 지식과 정보 면에서 수요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의사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늘리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 동물병원마다 의료비 격차가 크다는 문제도 있다. 같은 질병이라도 수의사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동물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의사별로 진료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진료 이후 단순 약 처방을 할지, 수술할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진료비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월 5일부터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에 진찰료와 상담료, 입원비 등 11개 진료 항목의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올해부터 수의사 1인 동물병원에도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수술비 등과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진료비의 경우 포함하지 않았다. 수술비는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