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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
  • 전형일 기자
  • 등록 2014-03-23 16: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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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우울증보다 무섭다는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

▲나보다 먼저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인정해야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슬픔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박정미 성모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반려동물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주위의 반응은 반려인을 더 외롭게 만들고 큰 상처를 주게 된다"며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은 뒤에야 비로소 (슬픔을) 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인 스스로 죽음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김보경 대표는 "반려동물 키우면서 행복한 순간만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입양을 할 때부터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의 죽음, 어떻게 극복하나
'고마워, 너를 보내줄게'라는 책의 저자 존 카츠는 자신이 키우던 개의 죽음을 겪으며 느낀 죄책감, 슬픔, 상실감 등의 감정을 에세이 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상실감이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보라고 제안 했다.
1.매일 먹이를 주었는가?
2.아플 때 돌봐주었는가?
3.가능할 때는 언제나 데리고 다녔는가?
4.받은 애정을 되돌려 주었는가?
5.반려동물의 본성을 존중했는가?
6.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가?
그런 질문들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반려동물에게 좋은 삶을 선사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좋은 삶을 선사하는 것은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그 동물은 행복하게 살다 갔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을 기억하라"는 게 그의 요지다.
상실감이나 슬픔뿐만 아니라 죄책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죄책감은 안락사 등 반려동물의 죽음을 자신이 결정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가슴에 스며든다. 그런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행복한 순간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 기를 때 최선을 다해야 이별할 때 고통이 적은 법이다.
따라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현재 반려동물의 삶이 행복한가'이다. 고통스러워하는지, 정상적인 반려동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수의사나 사육사 등을 통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결정하기 위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도 필수적이다. '비용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수술 등을 통해 아무리 반려동물의 삶을 연장시키고 싶어도 자기 능력을 넘어서 무리하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정해 놓고 있으면 결정적 순간에 판단내리기 쉬워진다. 무엇보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자기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사항들을 이행했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라는 것이다. 되돌아보지 말고 고통스러워하지도 말고.

▲ 아이가 받을 상처, 더욱 세심하게 대응해야
아이가 있는 가정은 반려동물과의 죽음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아이는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느끼지 못해 더 크게 슬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오히려 죽음, 슬픔, 상실 같은 세상의 아픈 현실을 배우고 극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구체적 방법들은 이렇다.

▲개나 고양이를 데려올 때 먼저 죽음에 대해 얘기하라
대부분의 동물들은 사람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 수명은 길어야 10여 년. 반려동물로 받아들이고 키우면 반드시 죽음을 경험케 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줘야 한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다고 금방 새 동물로 대체하는 건 옳지 않다. 자칫 아이가 죽음 혹은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갑자기 죽은 경우에는 사실대로 얘기하라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고, 함께 추모시간을 계획하거나 기념물 등을 만들어 키우던 반려동물을 기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토록 해야 한다. '잠이 들었다'는 식의 헷갈리는 표현은 아이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치료 과정을 아이에게 보여줘라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어떤 약을 먹는지, 어떻게 치료받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많이 아프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이도 알고 있어야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치밀한 준비 없으면 아예 함께 살 생각 말아야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따른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구입 또는 입양할 당시부터 세심한 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은 장난감이나 액세서리가 아닌, 소중한 생명체이자 가족"이라며 "한 번 함께 하면 오랜 기간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에 입양 또는 구입할 반려동물에 대한 사전 지식을 쌓고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종별 특이성, 성격 등이 함께 살 자신의 생활환경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 상태인데도 그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함께 생활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 피폐해진다. 그 결과가 반려동물의 잘못된 죽음으로 이어질 경우 두고두고 죄책감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자기철학이 우선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쓰고 버리는' 소비대상으로 보는 게 우리나라 문화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유기견 등의 문제가 그것으로, 섣불리 입양했던 반려동물을 여러 가지 문제로 책임지지 못하게 되면서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기견 등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른 이에게 입양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유기견보호센터 같은 시설 등에서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길 꺼리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제대로 키우지 못해 버리게 되면 상실감에 앞서 그 죄책감을 어찌할 것이냐는 물음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치밀한 준비 없이는 아예 반려동물과 함께 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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