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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호곡장론(好哭場論)
  • 편집부
  • 등록 2014-05-25 11: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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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이 사절단의 일원으로 끝없이 펼쳐진 만주 벌판을 처음 보며 내지른 일성은 "좋은 울음터다. 한바탕 울만하구나"였다.

옆에 있던 사신이 이 좋은 구경 앞에서 웬 울음 타령이냐고 하자 연암이 대답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열하일기'속의 '호곡장론(好哭場論)'이다.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인 것을 풀어내는 데는 소리보다 빠른 것이 없고, 사람이 내는 소리 중에 울음보다 직접적인 것이 없다.

갓난아기는 왜 태어나면서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리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근심 때문에. 천만에. 갓난아기는 통쾌하고 시원해서 운다. 그는 열 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캄캄하고 답답했다. 팔다리를 조금만 내뻗어도 태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드넓은 곳으로 나와 손과 발을 마음껏 쭉 뻗어도 더 이상 아무 걸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통쾌한 마음이 참된 소리가 되어 한바탕 울음으로 터지는 것이다. 이 울음 이야말로 일체의 거짓이 배제된 진정한 울음이 아닌가.

그러면서 연암은 자신도 이 요동벌에서 갓난아기의 첫 울음 같은 우렁우렁한 울음을 울고 싶다고 고백했다.

추사 김정희는 '요동벌(遼野)'이란 작품에서, 연암의 이 글을 떠올리며 "천추의 커다란 울음터라니, 재미난 그 비유 신묘도 하다. 갓 태어난 핏덩이 어린 아이가, 세상 나와 우는 것에 비유하였네(千秋大哭場, 戱喩仍妙詮. 譬之初生兒, 出世而啼先)"라고 노래했다.

실제로 1997년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사망했을 때 영국 내에서는 자살률이 급감했다고 한다.
좋아하던 황태자비가 사고로 사망한 것에 많은 국민들이 슬픔을 울음으로써 위로 받은 것이다.

격언에 ‘웃음이 파도라면, 울음은 해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비보(悲報)에는 울어도 좋고 울어야 한다. 그래야 산 사람이라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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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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