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호르몬’ ‘사회성 호르몬’ 등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개와 친밀하게 지낼 때도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호 나가사와 일본 아자부대 동물학자 등은 최근 과학저널 <호르몬과 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55마리의 개와 주인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개와 주인이 30분 동안 놀도록 했는데, 주인의 눈을 오래 들여다 본 개일수록 주인의 옥시토신 분비량이 늘었다.
눈 맞추기는 아기가 돌봐주는 이의 친밀감을 이끄는 행동이다. 개도 아기와 마찬가지로 눈 맞추기를 통해 애정을 표현한다. 애견가들이 종종 개를 자기 아기 같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를 바라보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사람 몸에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과학자들은 다른 연구에서 주인이 30분 동안 부드럽게 말을 걸고 털을 쓰다듬는 등 오로지 개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30분 뒤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혈압이 떨어졌고 옥시토신뿐 아니라 통증 완화, 모성 행동, 쾌감 등과 관련 있는 호르몬 분비도 증가했다.
똑같은 환경에서 개 주인들이 30분 동안 독서를 한 뒤에는 개와 함께 한 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람과 친밀한 시간을 보낸 개의 옥시토신 분비도 늘었다. 행복해진 개는 주인을 빤히 쳐다보는가 하면 핥고 손을 주며 킁킁대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개는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손가락으로 물체를 가리켜 가져오게 하는 실험에서 개는 침팬지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주인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큰 고깃덩이와 작은 고깃덩이를 앞에 놓은 뒤 주인이 작은 것에 관심을 보이면 본능을 누르고 작은 고깃덩이를 택하는 실험에서도 드러난다.
사람의 하품을 따라 하는 동물은 영장류를 빼고는 개가 유일하다. 이런 공감 능력을 활용해 자폐나 과잉행동증후군(ADHD)을 앓는 아이와 재소자의 심리 치료사 구실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