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개그프로그램 가운데 조선족의 보이스피싱을 소재로한 코너가 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어설픈 한국말로 금융 사기를 시도한다는 줄거리다. 어쭙잖은 정보로 위험한 상황을 설명하며 웃음을 유도한다. 고객이 어이없어 하자 오히려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죠"라며 우격다짐 격으로 돈을 강요하는데서 폭소가 터진다.
여기까지는 코미디 얘기고, 최근 한국 증시는 증시는 많이 당황했다. 특히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의장의 한마디한마디에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5월22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버냉키 발언의 파괴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6월19일 FOMC 회의에서 “미국 경제상황이 예상대로 개선되면 연말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히자 코스피지수는 2.02%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22조1880억원 감소했다.
이어 7월 10일 전미경제연구소 강연에서 “당분간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 확장적 통화정책”이라고 진화에 나서자 코스피지수는 2.93% 급등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31조4190억원 증가했다.
단 세 번의 발언으로 상장사 시총이 37조원 가까이 줄었다가 31조원 넘게 회복됐다. 평균적으로 코스피지수 2%, 시가총액 22조7000억원이 버냉키 한 마디에 요동쳤다.
사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다. 2008년이후 돈을 풀어 미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세 차례나 폈다. 자산거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속히 출구전략을 펴야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버냉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이 회복될때까지 무기한 시행하겠다고 했다. 동전의 양면인데, 경기가 회복되면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예기였다.
이랬던 버냉키가 출구전략 일정을 언급했다. 미국 경제가 기대만큼 좋아진다면 올해말부터 자산매입(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수 있으며, 내년 중반에는 중단할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경기가 좋아지지않으면 줄이지 않겠다는 조건도 있었고 제로금리 정책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내용`이 없었을 뿐더라 일정 제시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호재였는데, 시장은 민감했다. 양적완화 과정에서 신흥국으로 풀린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하고,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나왔다. 시장 반응에 오히려 놀란 버냉키는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도 종전과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국내 경제기반이 허약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완충작용마저 하지 못하다 보니 버냉키 발언의 파워가 커진다고 한다. 코미디 얘기로 돌아가보자. 사기꾼들이 전화로 이렇게 저렇게 유도하지만 고객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확신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있어도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보와 확신이다. 큰 방향을 알고 있다면 쫒아다닐 필요 없이 길목만 지키면 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수출에도 유리하다. 정확한 인식이 먼저다.
김노마는요...
매일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뉴스는 쏟아집니다. 복잡다기한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할까요. 김노마의 세상만사에서는 한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고 건전한 상식의 입장에서 우리 주변의 난제를 풀어냅니다. 필자는 현직 언론인으로서 경제부문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노마`는 유목민을 뜻하는 nomad와 인유역사상 가장 장수한 국가시스템인 `로마제국`에서 따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