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털을 핥으면서 스스로를 정결하게 유지하는 그루밍(grooming, 고양이들이 털을 핥는 행위)을 한다.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들이 가끔 털뭉치를 토해 낼 때가 있다. 고양이가 그루밍으로 인해 삼킨 털이 소화기관내에서 엉켜 있는 데 이것이 모구(毛球) 혹은 헤어볼(hairball)이라 부른다. 고양이의 소화기관은 이러한 헤어볼을 잘 해결할 수 있다. 고양이는 습성상 정량의 털을 먹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 털을 먹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즉 섭취한 털을 토하거나 대변으로 배출할 수 있게 소화기관이 잘 발달되어 있다. 야생에서 들고양이들은 풀을 뜯어먹어 위를 자극해 헤어볼을 토해 낸다. 하지만 고양이가 모든 헤어불을 스스로 다 배출할 수는 없다. 섭취한 털의 양이 많거나 토 또는 대변으로 배출되지 않은 털이 위장관내에서 뭉치게 되면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 거의 모든 고양이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헤어볼은 문제가 된다.
고양이 헤어볼에 대한 이해와 헤어볼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헤어볼의 발생과 원인
고양이는 원래 사막에서 생활하던 동물이다. 사람들에 의해 애완동물이 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는데 고양이의 조상이 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 생활하다보니 목욕이라는 것을 잘 하지 못하였다. 물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피부가 물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싫어한다. 그래서 고양이의 매우 깔끔한 습성이 자신의 혀로 스스로 몸단장(self grooming)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의 혀는 깔깔한 돌기가 있어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낼 때뿐 아니라 혀로 털을 핥아 빗기도 적당하다. 이런 몸단장 중에 많은 양의 털을 삼키게 되는데, 이때 털뭉치가 소화기관에 쌓이게 된다. 고양이의 털은 소화기관에 머물면서 소화가 되지 않아 계속적으로 쌓이게 되고 이것이 급기야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거나 구토나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스스로 미용을 하는 고양이 습성상 헤어볼은 피할 수 없다. 헤어볼은 그루밍을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인 12개월령 이상의 성묘들에게서부터 자주 발생한다. 성묘가 되기 전까지는 헤어볼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한 급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장모인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 고양이 헤어볼의 문제점
헤어볼은 고양이가 삼킨 털이 고양이의 소화기관 내에서 뭉치는 증세로 고양이의 털길이에 상관없이 장모종과 단모종에 모두 생긴다. 고양이는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부분을 몸을 핥아 깨끗하고 가지런한 털을 가꾸며 여러 마리를 키우는 집에서는 서로의 털을 다듬어주면서 더욱 많은 털을 삼키게 된다. 고양이가 삼킨 털의 일부는 장을 통과해 변과 함께 배설되지만 일부는 장내에 남아 축적된다. 헤어볼은 고양이 생리상 자연스레 구토 또는 배설물에 섞여서 나온다. 고양이가 자꾸 헛구역질을 한다면 헤어볼을 자신이 스스로 토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스스로 헤어볼을 해결할 수 있지만, 식이섬유를 섭취할 기회가 적고 운동량이 많지 않는 집고양이들은 헤어볼이 장내에 남아 변비를 일으키거나 식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다른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고양이가 3일정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속이 불편해 보인다면 위장관 내에 큰 헤어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헤어볼의 증상은 호흡기 증상과 유사하다. 헤어볼은 고양이의 심한 구토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더 심해지면 위장관을 막아 변비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든 고양이는 헤어불을 토하거나 소화기관을 거쳐 대변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감소하기에 더 신경써줘야 한다.
▲ 고양이 헤어볼 예방법
헤어볼 예방에는 고양이가 털을 가능하면 먹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고양이를 빗질해 주면 빠진 털을 제거할 수 있어 고양이가 핥아도 삼키는 털의 양이 줄어 헤어볼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장모 고양이는 더욱 빗질에 신경 써야하며 매일 빗질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엔 고무제질의 부드러운 빗으로 빗은 다음 미세한 빗을 이용해 털을 빗어 털을 제거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집안에도 고양이털이 덜 날리고 헤어볼도 덜 만들어 진다.
그래도 헤어볼 문제가 반복되는 고양이라면 섬유소가 풍부한 사료나 간식을 먹인다. 섬유소는 위장관내에서 털을 잡아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에 섬유소가 풍부한 사료나 간식을 먹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섬유소가 위장관에서 털을 잡아 배출을 돕기 때문에 약간의 채소나 호박 통조림 등을 먹여도 좋다. 특히 고양이들이 뜯어 먹는 채소인 캣글라스는 고양이들에게 기호도도 높고 효과도 좋다. 고양이풀인 캣글라스는 고양이에게 비타민을 보충해주고 섬유질 섭취로 변비와 헤어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딱히 변비가 없더라도 고양이가 유독 과일이나 야채에 흥미를 보인다면 고양이풀인 캣글라스를 키우는 것도 좋다. 고양이는 육식성 동물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생겨 위장 운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헤어볼 문제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보통의 건사료 보다는 탄수화물이 적은 사료를 먹이는 것이 고양이 헤어볼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올리브 오일이나 버터 반 스푼 정도를 고양이사료에 섞어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양이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애완동물로서 자리를 잡게 되고 고양이의 생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특히 고양이 헤어볼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이들 제품들의 대부분은 석유류를 사용하며, 윤활작용으로 털이 대변으로 잘 배출되는 것을 도와주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석유제품은 고양이 건강에 별 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구토를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일찍부터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고양이의 헤어볼 관리를 위해서는 잦은 빗질과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또 고양이의 헤어볼을 토해내는 빈도수를 잘 기록하고 평소와 식습관이 다르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