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행인이 주인이 있는 개를 만지다 개에게 물려 상처가 났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6시 40분께 A(29·여)씨는 서울 은평구 북한산로 입구 쪽에 있는 한 음식점 앞에서 가던 길을 멈췄다.
평소 이 음식점을 자주 찾는 A씨는 그날따라 자신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잡종견 ‘곰순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음식점 앞에 묶여 있는 곰순이에게 다가가 “귀엽다”며 쓰다듬기 시작했다.
음식점 앞에는 ‘개 조심, 진짜 물어요’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고 음식점 주인 B(57·여)씨가 “만지지 마라”고 주의를 줬지만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약 10분 동안이나 얌전하던 개가 갑자기 A씨에게 덤벼들었다. A씨는 급기야 개한테 코까지 깨물렸다.
이 사고로 코에 심한 상처가 난 A씨는 개 주인 B씨의 119 신고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병원에서 코의 형태가 일부 손상돼 성형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단순 사고이긴 하지만 주인의 과실 책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벌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의 목줄을 묶어놨었고 A씨가 만지는 것을 보고 한차례 이미 주의를 준 상태였다”며 “오가는 등산객들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원래 낮에는 개집 입구 쪽을 열어놨다가 해가 지면 스티로폼으로 바람을 막아줬는데, 그날따라 날이 풀려 가만히 놔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인이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난 정황이 인정되면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경우 B씨가 미리 주의를 준 점 등을 볼 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해 내사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B씨는 아직 미혼인 A씨가 얼굴 부위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치료비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