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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의 세계
  • 마이펫뉴스
  • 등록 2025-07-16 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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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먹는 딸기, 여름날 차갑게 식힌 수박,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연어회….

 

신선한 음식이 제철이 아님에도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건 전부 ‘냉장 기술’ 덕분이다. 10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술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졌다. 미국 잡지 ‘뉴요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냉장 기술의 발달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저자는 ‘콜드 체인’이 현대 냉장 기술의 핵심이라 설명한다. 콜드 체인은 음식이 생산지에서부터 식탁까지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냉기를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 있는 바나나 숙성실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바나나가 일정한 속도로 익도록 만든다. 미국 남부엔 두 층 높이의 거대한 탱크에 오렌지 주스를 얼려 저장하는 냉동 창고가 있어 신선한 주스를 보관한다. 이처럼 세계 곳곳의 냉장 시설은 음식의 수명을 늘려 우리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콜드 체인의 문제도 있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채소는 과거보다 맛이 덜하고 영양도 떨어진다고 한다. 멀리까지 운반하려면 과일을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맛보다 저장성과 유통에 유리한 품종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냉장고, 냉동 창고, 냉장 트럭은 모두 전기를 써서 열을 제거하고 냉기를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냉장 기술이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식량을 위해 만든 새로운 북극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짜 북극을 녹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불길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행동해야 한다.”

 

인류가 얼음을 캐서 쓰던 시절부터 현대의 스마트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냉장의 발전사를 폭넓게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과정에서 콜드 체인의 역할 등 공중보건 산업까지 아우른 점이 책의 깊이를 더한다.


니콜라 트윌리 저/ 김희봉 역/ 세종연구원/ 484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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