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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병은 전부 갈색이고 소주병은 녹색인 거죠?”
편의점에서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모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안 봐도 비디오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봐라.” 이 정도면 낙제는 면할 수 있겠다. 아이의 궁금증을 뭉개지는 않았으니. “그딴 건 몰라도 돼. 시험에도 안 나오는 걸.” 이 건 최악이다. 세상이 온통 궁금증 덩어리인 아이의 상상력을 죽이는 일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묻고 과학하는 아빠가 대답하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아빠의 대답은 이야기를 끝내는 대답이 아니라 아이에게서 새로운 질문을 계속 이끌어내는 대화다. 과학칼럼니스트로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저자(김병민)와 한때 화가를 꿈꿨던 과학자(김지희)가 만든 <사이언스 빌리지>(동아시아)는 리얼한 과학 지식과 영감을 주는 일러스트로 첫 장부터 흥미롭다.
맥주병이 갈색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맥주 안에 들어있는 홉(HOF) 때문이다. 홉은 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성분인데 자외선에 약하다. 자외선을 만나면 변형이 생겨 좋지 않은 맛과 냄새를 내는데 이를 ‘일광취’라고 한다. 간혹 맥주 중 투명한 병이나 다른 색깔의 병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맥주들은 자외선에 반응하지 않는 ‘헥사홉’이라는 특수 맥주재료를 쓰거나 병에 별도의 자외선 방지처리를 한 것이다.
그럼 소주병은 왜 녹색일까. 과학과는 좀 거리가 있다. 과거의 소주병은 맑고 투명한 유리병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한 업체에서 푸른색 병 소주를 출시하자 경쟁사들도 앞 다퉈 초록색 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병이 편안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굳이 과학적인 이유를 찾자면 내용물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투명한 병을 사용하면 재활용할 때마다 부식된 내부가 햇빛에 의해 뿌옇게 되는데 색이 있는 병을 쓰면 표시가 덜 난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과학도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은 녹록지 않다. 상대성이론과 플라스마를 이야기하고 빛과 에너지 등 기초적인 과학과 심화된 과학 사이를 넘나든다.
자동차 브레이크등은 왜 전부 빨간색일까, 강아지는 왜 충치가 없고 뚱뚱한 곰은 왜 당뇨가 없을까, 입 안의 껌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미용실 파마 냄새는 왜 지독할까… 질문은 대답을 낳고 다시 대답은 질문을 낳는다.
지적 쾌감을 주는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과학맹인 부모들이 함께 읽기에 맞춤한 과학 교양서다.
큼직하면서도 가벼운 판형, 직접 손으로 그려서 적확하면서도 예쁜 그림 등은 이 책을 읽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김병민 지음/ 김지희 그림/ 동아시아 펴냄/ 260쪽/ 2만2,000원